[이슈 분석: 대우건설 매각 해결 과제는①] "덩치 큰 주택업체 탈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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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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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상 인수가격 1조6000억원, 시평 4위..."주택사업 치중한 포트폴리오 부담"

  • 주택+건축 매출비중 절반 넘어...부실 해외수주 손실 주택사업이 메우는 구조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대우건설이 6년여 만에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다. 대우건설은 지난 10월 28일 KDB밸류제6호가 이사회를 통해 매각 추진 계획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KDB밸류제6호는 산은의 PEF(사모투자펀드)로 대우건설의 지분 50.75%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산은은 내년 상반기 중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간까지 매각 자문사를 선정하고 매도 실사 등을 진행하는 등 구체적인 매각 추진 작업에 돌입한다.

건설업계선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단 인수가격이 조단위란 점에서 그렇다. 덩치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사업구조와 현재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더 그렇다. 대우건설은 매출의 50% 가량을 주택과 건축이 차지한다. 해외건설에서의 손실을 아파트를 지어 메우는 구조다. 업계 일각에서는 덩치큰 주택업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가 해외수주에 따른 손실 반영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매각을 앞두고 몸집을 최대한 줄여야하는 점도 신임 박창민 사장이 떠안은 숙제다. 상황에 떠밀리다시피 한 매각으로 펀드가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지적된다.

본지는 이같은 상황에서 하반기 건설업계 최대 이슈인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된 해결과제를 집중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업계에서는 대우건설 매각가격을 1조6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현재 주가를 바탕으로 산은PEF의 보유지분가치는 1조3500억원 정도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3000억원 정도를 더한 값이다.

산은PEF 투자원금 3조2000억원의 절반 정도 가격이다. 산은PEF 입장에선 헐값 매각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감당할 업체를 찾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1조6000억원 수준은 대기업이라 해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사업부문별 분리 매각이면 모를까, 현재 리스크가 큰 건설업황을 고려할 때 인수자 입장에서는 결코 헐값이 아닌 셈"이라며 "과거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사례처럼 이미 '승자의 저주'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는 점도 인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우건설보다 조금이라도 시평 순위가 낮은 건설사들은 합병 시 자금조달, 고용승계 문제를 떠나, 상위 레벨이었던 대우만의 고유 기업 문화, 사업 비중 재구성 등까지 사회적 분위기를 인식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이 큰 덩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아파트, 오피스텔 등 국내 주택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점은 향후 기업가치 반등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대우건설은 올해 국내 건설사들 중 최대인 3만1000여가구를 쏟아낸다. 2010년 이후 7년 연속 주택공급 1위를 기록했으며, 이 기간 동안 공급된 물량만 무려 30만가구에 이른다.
 

대우건설 2016년 상반기 누적 매출액 부문별 비교(%). [자료출처=금융감독원]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공급된 분양 물량은 통상적으로 2~3년이 지나 입주를 시작해, 고스란히 건설사들의 부담으로 다시 돌아온다"며 "당연히 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에 비례해 입주관리 부담도 커진다. 특히 입주 시기에 주택시장 흐름이 좋지 않아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다면 그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사와 입주민 간의 입주 시 잔금 문제도 빈번히 발생한다"며 "과거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을 했다가, 2~3년 후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계약을 포기하려는 계약자들이 대거 등장한 사례가 있다. 과잉 공급의 위험함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연결기준) 중 주택부문이 1조6488억원(29%)으로 전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건축부문 1조364억원(19%)이 그 뒤를 이었다. 주택부문과 건축부문에서 각각 2647억원, 121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해외인프라부문은 매출액이 7196억원으로 전체 13%에 불과했으며, 영업손실도 1676억원에 달했다.

작년 한해 누적 매출액도 주택부문과 건축부문이 각각 3조1914억원(32%), 1조8826억원(29%)을 차지하며 전체 60%를 넘긴 반면, 해외인프라부문은 1조1321억원으로 전체 11%에 불과했다.

이는 시평 9위 내 다른 건설사들(삼성물산은 올 상반기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건설부문 통합으로 비교 불가)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 대비 주택·건축부문 비율(%)과 살펴봐도 압도적인 수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대건설(37%), 대림산업(42%), GS건설(40%), 롯데건설(30%), SK건설(14%), 포스코건설(50%), 현대엔지니어링(43%) 등으로 올 상반기 대우보다 비중이 높았던 곳은 포스코건설 뿐이다.
 

대우건설 건축, 주택, 해외인프라, 부문 연간 누적 매출액 비교(백만원). [자료출처=금융감독원]


대우건설이 종합건설회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현재 매출 포트폴리오 상으로는 사실상 주택사업에 집중하는 중견건설업체들과 다를 게 없는 셈이다. 

주택사업 업황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11.3부동산대책을 필두로 정부가 내년부터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규제를 가할 것으로 보여, 국내 주택시장은 내년 호황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국내 건설 수주를 올해보다 13.6% 감소한 127조원 정도로 예측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해외인프라 및 플랜트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건설사들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자연스레 기업가치가 올라가게 마련"이라며 "특히 해외현장 분석, 기술력 집약, 발주처와의 소통 등 다양한 노하우를 갖춰야지만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한 만큼, 대개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건설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매진 현상에 대해) "반면 대형 건설사가 주택사업에 전념하는 것은 현재 건설시장 흐름에 역행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분양시장에서 파이 나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IT(정보기술) 요소를 혼합한 새로운 주택을 연구한다거나, 단순 도급이 아닌 종합 디벨로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방대한 분양 공급을 통한 수익성 개선은 중견업체에 더 맞는 수익 모델이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A의 성공 여부는 기업의 미래가치와 가격에 달려 있다. 이 모든 판단은 인수자가 내린다"며 "대우건설의 경우 아직까지 해외부문에서의 손실을 국내주택이 메워줘 흑자가 유지되는 형국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 국내 주택경기 둔화 전망으로 투자매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우건설이 업계에서 지닌 상징성이 크다 해도 덩치가 커 국내 인수자들의 입질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않는다면 매각 작업이 장기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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