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예금보험공사가 2001년 우리금융지주 주식 100%를 취득한 이후 16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의 21.4%만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역시 12조8000억원 중 2조2000억원만 남게 됐다.
우리은행이 다섯 번째 도전 끝에 민영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매각 방식을 '과점주주 방식'으로 전환한 것과 더불어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4년 12월 취임한 이 행장은 민영화 달성을 위해 임기 내내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기업 가치 제고를 강조해왔다.
이 행장은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한 기업 가체 제고 방안으로 영업력 강화를 비롯해 정보기술(IT)·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내걸었다.
특히 과거 지분 매각 과정에서 금융지주 체제가 해체돼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영업력을 끌어올리며 경쟁 은행에 비해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해왔다.
우리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10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6%(2657억원) 급증했다. 올해 목표인 1조2000억원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자이익을 6.5% 높이는 한편 리스크 관리도 강화해 대손비용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5%(2549억원) 감소했다.
자산건전성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3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97%(SPP·대선·STX 등 조선 3사 제외 시)로 지난해 말보다 0.27%포인트 개선됐으며 연체율도 0.24%포인트 낮아진 0.58%를 기록했다.
IT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바일뱅크인 '위비뱅크'를 출범한 데 이어 '위비톡', '위비마켓' 등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한 것도 우리은행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금융권 최초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에 대해서는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카카오톡'이 기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비톡이 관련 시장을 파고들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각종 금융 서비스를 위비톡과 연계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이를 통해 별도의 입지를 구축해 이제는 경쟁 금융사에서 메신저 기능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금융권 내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이 행장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해외 진출 확대도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2014년 말 73개에 불과했던 우리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는 지난 10월 말 현재 234개까지 늘어났다.
이 행장이 직접 투자자들과 만나 우리은행의 현황과 경영전략을 소개한 기업설명회(IR) 활동도 민영화 성공을 위한 노력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수석부행장 자리를 없애고 조직을 영업지원·국내·글로벌 등 3개 그룹으로 나누는 개편을 단행했다. 본인의 권한을 그룹장들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책임경영을 실시하는 한편 IR 등 민영화와 관련된 업무는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였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거 영업부, 인사부, 비서실 등 주요 부서를 거친 만큼 내부 조직을 꿰뚫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조치"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지난 2월부터 총 세 차례 IR을 통해 해외 투자자들과 만났다. 지난 2월에는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에서 31개 투자자들을 만났다. 이어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해 뉴욕과 워싱턴, 필라델피아에서 10개 기관투자자들을 만났다. 6월에는 일본의 연기금 대형 자산운용사 6곳을 방문했다.
국내외 신용평가기관을 대상으로도 IR 미팅을 지속 실시한 결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8월 우리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면 이번 민영화 시도도 실패했을 것"이라며 "이 행장이 우리은행의 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올해 말 임기가 종료되는 이 행장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 행장이 민영화 성공과 더불어 뛰어난 리더십을 보인 만큼 연임에 성공하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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