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오픈 API를 비롯해 지문·홍채 등 생체정보 인식 기술 등을 지칭하는 핀테크는 최근 몇 년간 은행을 비롯해 전체 금융권을 지배해왔다.
국내 금융권에서 핀테크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2014년부터다. 당시 정보기술(IT)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일반화 등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이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에서야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와 금융사들의 관심으로 각종 핀테크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카드사들은 고객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연령별 소비 특성, 위치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신상품 출시에 활용했고 은행들은 금융 거래 시 홍채와 지문 등 생체 정보를 활용한 보안 및 인증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은행들은 고객 이용 비중이 높은 자동화기기(ATM)에 생체 보안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고객의 지문이나 홍채가 카드 또는 실물 통장의 비밀번호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다양한 핀테크 도입하는 은행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12월 선보인 디지털 키오스크다. 손바닥 정맥 인증 방식을 적용한 디지털 키오스크는 기존 창구에서만 가능했던 거래를 외부에서도 가능토록 했다. 입출금 및 계좌 이체를 비롯해 인터넷뱅킹 신규 가입, 체크카드 신규 또는 재발급,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및 보안카드 발급 등을 손바닥 정맥 또는 기기에 설치된 화상통화 장치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
은행들이 핀테크 기술을 적극 활용한 분야는 모바일 플랫폼 구축이다. 핀테크 기술을 전면에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비하고 온라인 거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기존에는 오프라인 채널에서만 제공했던 금융 서비스를 온라인에서도 가능토록 옮긴 것이다.
현재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킹 '위비뱅크'를 시작으로 신한은행의 '써니뱅크', KB국민은행의 '리브(Liiv)',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 등 대부분의 은행들은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한 상태다.
특히 우리은행이 모바일 플랫폼 구축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5월 위비뱅크를 출시한 우리은행은 위비뱅크 내에 간편 송금 서비스, 모바일 대출, 예·적금 등으로 취급 상품 및 서비스를 확대했다. 지난 1월에는 금융권 최초로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을 출시했다. 지난 8월에는 온라인 오픈마켓인 '위비마켓'을 오픈하면서 기존 은행권에서 취급하지 않았던 분야로 사업을 확대, 종합 금융 플랫폼을 오픈했다.
◇ 은행권, 핀테크 스타트업 직접 투자하는 사례도 급증
이처럼 핀테크가 화두로 떠오른 초기에는 금융사마다 핀테크 기술을 실제로 적용하는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거나 직접 투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 또는 은행 대부분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는 한편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은 지난해 3월 KB핀테크HUB센터를 출범, 핀테크 스타트업 집중 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등 지원 및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역시 테스트베드, 컨설팅, 투·융자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인 'IBK금융그룹 핀테크 드림 랩'을 개소해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최근 핀테크 육성 방안은 각종 지원 제공에서 직접 투자로 옮겨가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외부 투자기관과 연계한 매칭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스타트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직·간접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역시 유망 핀테크 기업에 대해선 투자금융부 심사를 거쳐 직접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3월 홍채 인식 시스템 관련 독자 기술을 보유한 아이리스아이디에 10억원의 지분투자를 실시했다.
◇ 핀테크,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에도 활용
최근에는 핀테크가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에도 활용되는 추세다. 국내 은행들이 집중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 비중이 높아지자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부족한 영업망을 보완할 정도다.
실제 우리은행은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에 위비뱅크를 진출시켰으며 신한은행 역시 베트남에 써니뱅크를 선보였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업망을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해외 시장에서는 핀테크가 오프라인 네트워크의 취약성을 보완해줄 수 있다"며 "비금융사들로부터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수단으로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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