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열려라 취업문] 빛 잃은 청년들…과감한 투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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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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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 일색 청년고용시장…‘니트족’ 10년간 4배 증가

  • 일본·이탈리아 청년 이탈로 경제불황 악순환 초래

  • 독일 실업수당 정비 등 청년복지 강화…불황 파고 넘는 원동력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이 10%대를 기록하는 등 유례없는 고용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경제 버팀목으로 성장할 청년들이 취업난에 시달리자, 경제 전반에 탄력이 떨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 청년실업률 상승은 사회 구조적 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취업자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명분을 내세우기에는 교육·환경 등 전반적인 교육체계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는 2018년이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 고령자인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이다. 정부가 청년들을 위해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이나 이탈리아처럼 청년들이 국가를 외면하고 떠나는 역전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청년층 실업률은 1년 전보다 1.1%p 상승한 8.5%로 같은 달 기준으로 볼 때 1999년 8.6%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청년층 실업자는 1년 전보다 5만4000명 늘어났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은 10.0%였다.

◆파견법이 발목 잡은 일본…청년실업률 40%대 이탈리아

일본은 청년들의 의욕이 꺾이면서 장기불황의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15년 동안 근로자 임금이 15%나 감소했고 고용형태도 갈수록 악화돼 일자리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청년취업이 힘들어지는 것은 파견법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985년 제정 당시된 파견법은 일부 업종에만 파견이 허용됐지만, 현재 항만·건설·의료 같은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 모두 적용되고 있다.

이는 많은 기업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명분을 준 셈이다. 2007년 기준으로 일본 파견노동자 350여만명 중 약 68%가 34세 미만 청년들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규직 60% 정도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청년이 늘다보니 일하는데도 가난한 '워킹푸어'가 형성됐다. 가계소비도 덩달아 줄어들고, 불황은 더 심각해졌다. 청년 고용환경 악화가 다시 불황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이탈리아는 더 심각하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역전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매년 4만명이 넘는 청년들이 자국을 떠나면서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젊은 인력 유출은 이탈리아 경제를 후퇴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청년 10명 중 4명이 실업상태다. 이는 전체 평균 실업률의 3배가 넘는 수치다. 40%가 넘는 살벌한 청년실업률은 직장을 사고파는 암거래까지 나타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택시운전기사나 교수 등 직종을 가진 부모들이 일자리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세습도 성행 중이다.

반면 독일은 1970년대부터 청년에 투자하며 유럽에서 가장 탄탄한 국가로 성장했다. 공교육은 대학교까지 무상이고, 대학생들은 주거비와 생활자금도 지원받는다. 졸업 후 취직에 실패하면 우리나라와 달리 처음부터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가난한 ‘N포세대’ 사회적 공감대 형성돼야

일본과 이탈리아는 일찌감치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다. 노인복지에 집중하다보니 청년투자에 실패했고, 이는 장기불황으로 직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청년고용 시장은 노동자의 3분의 1이 정규직 월급의 절반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청년들 고용환경은 더 취약하다. 청년 10명 중 1명은 실업상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니트족은 지난 10년간 4배나 증가해 86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은 학교를 다니지도, 일하지도 않는 청년 무직자를 의미한다.

일본은 청년층을 득도하다·깨달음을 얻다라는 ‘사토리’ 세대로 부른다. 사토리 세대는 198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나 불황속에 자라온 20~30대 청년들이다. 이들은 소비에도 관심이 없고, 필요 이상 돈을 벌겠다는 의욕도 없다.

사토리 세대는 돈 쓰는 걸 싫어한다고 해서 '소비혐오 세대'라고도 표현한다. 현재 20~30대 소득 대비 순저축액이 마이너스 25%일 정도다.

우리나라는 아직 일본처럼 초고령사회로 진입에는 시간이 있다. 그런데 취업시장은 벌써부터 청년이 배제되는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주도적으로 청년들의 성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 등으로 개인의 잠재성 및 적성에 기반한 진로 개발 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고령화, 기술혁신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개혁 노력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청년이 일상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경제구조를 방치하면, 청년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미래와 기성세대 노후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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