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마른다"..인도, 화폐 개혁 과정에서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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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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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13일 구권을 신권으로 교환하기 위해 은행 앞에 줄을 늘어서 있는 인도 시민들[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은행에 돈이 마르고 ATM 기기들은 고장났다. 돈이 있어도 쓸 수 없게 된 시민들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지난 8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유통 화폐 중 80%를 차지하는 고액권인 500루피와 100루피 화폐의 사용 금지를 깜짝 발표했다. 검은돈 척결과 조세 회피 방지라는 명목으로 실시한 것이지만 인도의 열악한 은행 인프라와 화폐 공급난으로 의미가 퇴색될 위기다.

카드보다 현금을 주로 이용하는 인도 시민들은 즉각 구권을 신권으로 바꾸기 위해 은행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은행들이 공급하는 화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인도 은행들은 주말에도 쉼 없이 문을 열고 신권 교환에 나섰지만 은행 앞의 장사진은 끝날 줄 몰랐고 며칠 간 이어진 불편에 시민들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화를 못 참은 일부 시민들은 ATM 화면을 깨부수기도 했다.

ATM에서 돈을 찾기 위해 세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 산제이 파돌레는 CNN머니에 “조만간 평상시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이 금지된 구권은 특히 소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쓰이고 있었기 때문에 불편이 컸다. 게다가 인도의 은행 인프라는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다. 인구가 12억 명인데 전국 ARM 기기는 20만 대에 불과하다. 게다가 절반은 이미 고장난 상태다.

문제는 또 있다. 신권은 500루피와 2000루피인데 일상생활에서는 몇 백 루피 단위의 거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2000루피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아무도 2000루피짜리는 안 쓴다. 가게도 2000루피 지폐는 안 받으려고 한다. 우리는 500루피 이상 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 시민은 “정부의 결정은 옳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밀어붙인 게 문제”라고 한탄했다.

시장에서는 현금이 말라가고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시민들이 신권 부족으로 교환이 어렵자 은행 예치를 택하면서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약 3조 루피가 은행으로 흘러갔다. 인출된 돈은 5000억 루피에 그친다.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소매판매도 타격을 입고 있다.

CLSA의 크리스 우드 전략가는 “단기적으로 분명한 여파가 있을 것이고 특히 부동산 시장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며 “문제는 자금 부족 현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 같은 혼란이 2달 이상 계속된다면 경제적 재앙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정부는 시민들에게 인도 경제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일시적인 불편함을 참아달라고 호소했다.

모디 총리는 14일 화폐 개혁으로 “서민들은 평화롭게 잘 수 있지만 부자들은 잠을 자려면 수면제가 필요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일시적인 불편이 헛되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일일 교환 한도도 상향 조정했다.

은행에서 일일 신권 교환 한도는 4000루피였지만 4500루피로 올랐고 ATM 인출 한도도 종전의 2000루피에서 2500루피로 상향됐다. 또한 공공 병원, 철도 및 유틸리티 이용료는 11월 24일까지 구권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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