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북한의 4차·5차 핵실험과 잦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 한미 양국의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과 중국의 강한 반발, 그리고 한일 군사동맹 움직임까지. 최순실사태로 인한 국내정세의 대혼란에 가려진듯 보이지만, 올해 한반도 정세도 역시 대격변기를 격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체결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가서명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우리나라 외교전략의 전향적인 변화를 보여줬으며, 또한 동시에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에 본지는 중국 국무원 외문국 산하 매체인 중국망과 공동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가서명을 계기로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한 한중 전문가 좌담회를 중국망 베이징사옥에서 개최했다. 좌담회에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조성렬 책임연구위원과 중국공산당의 간부교육기관인 중앙당교의 량야빈(梁亞濱) 국제전략연구소 교수가 참여했다. 사회는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이 맡았다.
▲김상순 원장 = 지난 14일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에 가서명했다. 어떻게 보는가.
▲량야빈 교수 = 가서명으로 인해 한일관계가 한층 긴밀해 졌으며, 이로 인해 한미일 3국의 군사동맹 역시 한걸음 앞당겨졌다. 이는 동북아에 새로운 냉전적 상황 가져올 것이며, 동북아를 미중 양대진영으로 갈라놓을 것이다. 과거 동북아가 다자구도였다면 이제는 양자구도로 재편되는 셈이다. 미중 양국의 대결구도를 심화시킬 것이며,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을 가속시킬 것이다. 결코 역내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박근혜정부가 정치적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국내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성렬 연구위원 = 냉전시기에도 한국과 일본의 동맹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냉전이 종료된지 오래된 현재시점에 한일간의 군사동맹이 진행되고 있다. 냉전이후 군비경쟁이 완화되기는커녕 긴장이 고조되어가고 있다. 과거사로 인해 한국으로서는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고 싶지 않지만, 북핵위협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일 군사동맹, 나아가 한미일 군사동맹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김상순 = 결국 북한의 핵개발이 한국을 일본과의 군사동맹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방조했다는 시각이 있다.
▲량야빈 = 한국정부와 국민이 대북제재국면에서 중국에 실망한 것을 알고있다. 하지만 중국에게는 중국의 입장이 있다. 북핵문제 해결안은 두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군사적인 타격이며 두번째는 대북제재다. 제재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상대적인 제재이며 또다른 것은 철저한 제재다. 철저한 제재는 붕괴를 목표로 한다. 군사행동과 정권붕괴를 목표로 하는 철저한 제재에 대해 중국은 우려가 많다. 첫번째 우려는 동북아에 발생할 수 있는 핵오염이다. 붕괴상황에서 핵미사일이 발사된다거나 핵무기 관리부실로 인한 핵무기 유출을 가정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개전과 동시에 핵관리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100% 장담할 수 없다. 두번째 우려는 대량난민의 발생이다. 북한이 붕괴한다면 지뢰로 뒤덮인 38선보다는 북중경계를 통해 난민이 유입될 것이다. 시리아의 난민문제를 보라. 중국이 얼마나 수용능력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세번째는 법률상의 우려다. 북중간에는 북중우호협력조약이 체결돼 있으며 이론적으로 아직 유효하다. 유효기간내에 군사타격이 발생한다면 중국이 참전해야 하는가. 중국은 아직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중국은 지속적으로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성렬 = 과거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는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추진했지만, 북한은 대화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뒤에서 핵무기를 개발했다. 이명박 정부는 상대적인 제재를 선택했지만, 이 마저도 효과가 없었다. 북한이 중국과의 거래를 통해 체제를 유지해갔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들어와서는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북중간의 경제거래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박근혜정부는 그 어느 정권보다도 대중관계를 중시했다. 이로 인해 일본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고 미국과의 관계역시 과거에 비해 소원했었다. 하지만 북중간의 경제교류는 지속됐고 북한은 올해 제4차 제5차핵실험을 감행했다. 중국이 적극적인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으며, 한일간의 군사협력 역시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이 대북제제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중국이 갖고 있는 우려를 한국, 중국, 미국이 협의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북한의 정권붕괴 이후를 우려하기 보다는 북한을 압박해 대화로 나오게 해야 한다.’
▲김상순 = 한국과 중국의 북핵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상황이다. 어떻게 해결되야 한다고 보는가.
▲랑야빈 = 어떤 한가지방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북한은 약속을 어기고 핵개발을 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군사상 대가가 아닌 제재를 가해야 한다. 정권붕괴가 그 대가 일 수 있다. 북한 정권이 내부문제로 붕괴한다면 한중 양국은 협력기회가 많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북한이 핵보유를 인정받는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가치는 높아지며, 미국과 북한의 빅딜가능성도 높아진다. 미국이 북한정권의 안정을 보장해주고 북한이 핵을 동결시키는 이익거래를 하는 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성렬 = 대북제재가 강해지면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붕괴는 세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북한이라는 국가가 붕괴하는 경우, 체제가 붕괴하는 경우, 현 정권이 붕괴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중국은 국가붕괴와 체제붕괴를 우려하지만, 김정은 정권만 붕괴하는 경우 중국의 우려는 불식될 수 있다. 중국이 한국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심화시켜야 한다.
▲김상순 = 김정은 정권 붕괴를 매개로 한 한중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량야빈 =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에서 국가붕괴, 체제붕괴, 정권붕괴를 구분할 수 있겠는가. 정변이 일어날때 국가붕괴를 방지할 수 있겠는가. 장성택이 처형된 이유는 그가 김정은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에 이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북한 정권붕괴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또한 중국은 타국 내정불간섭 원칙을 지니고 있다. 제2 제3의 장성택사태가 발생해도 중국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중국은 타국의 내정변화에 간섭하지 않는다. 다만 김정은 정권이든 다른 정권이든 현상황을 바꾼다면 중국은 환영할 것이다.
▲조성렬 = 정권붕괴라고 한다면, 예를 들자면 장성택같은 이가 정권을 잡게되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겠다. 만약 장성택이 정권을 잡았다면 전혀 다른 북한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북한이라는 국가가 붕괴하기 전에 정권붕괴가 일어난다면 중국이 우려하는 문제 역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정권이 출현한다면 국제사회의 간섭으로 인한 핵포기가 아닌, 북한 내부에서의 핵포기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김상순 = 김정은 정권이 붕괴하면 북핵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다. 김정은 정권은 왜이렇게 핵에 집착하나.
▲조성렬 = 핵무기는 북한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북한의 경우 경제개발이 핵무기개발에 우선해야 하지만, 현 정권은 핵무기개발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남북한이 정전체제이지만 미국이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의 위협을 내세워서 북한주민의 생존권보다는 핵무기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여기에는 스스로의 정권유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실전배치하지 않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다. 핵무기 보유에 관한 한 시간은 북한의 편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기 용이해진다.
▲량야빈 = 북한은 실패한 국가다. 타국과 거래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며, 핵은 유일한 거래카드다. 남북한 경쟁관계에서 북한은 모든 분야에서 낙후되어 있는 상황에서, 핵무기보유는 한국에 우월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민심을 공고화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유감스럽게 주변국가들이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지 못했고, 잘 해결하지도 못했으며, 북핵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도 못했다. 북한의 미사일개발능력은 아직 수준이하이지만 위협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북한 정권과 이익교환을 위해 대화를 해야 하며, 중국은 북한과 지속적으로 이익교환을 추구해왔다. 중국과 한국은 북한의 접경국가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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