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출구전략을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에 대한 비난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탈퇴 방식을 두고 영국 각료 간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메이 리더십'에 대한 비난이 나오고 있다. 영국 정부가 EU 탈퇴과 관련해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의 여파다.
앞서 현지 일간 타임스는 영국 정부 자문위원이 브렉시트 협상 현황을 분석한 내각사무처에 보낸 문서를 입수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문서에는 영국 정부 관리들이 브렉시트를 두고 수많은 토론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계획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나 리엄 폭스 국제통상차관 등 EU 탈퇴를 지지하는 각료들과 반대로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협상 연기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먼드 장관은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집권할 때는 외무장관을 맡았었다.
또 브렉시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프로젝트만 500개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현재 배치된 직원 3만 명이 추가로 채용돼야 한다는 내용도 문서에 들어있다. 이에 대해 메이 총리 측은 "정부 위탁 문서가 아니라서 이 문서 내용을 잘 모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야당인 노동당은 "메이 정권은 내년 3월 말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한다고 했으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면서 불규칙한 방법론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켄 클라크 전 영국 재무장관도 "정부는 아무런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EU 탈퇴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는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뒤 5개월이 지났지만 정작 영국 정부가 아무런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미국 대선 결과와 더불어 영국의 EU 탈퇴 문제가 또 다른 글로벌 불확실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초 메이 총리는 올해 안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탈퇴 협상을 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내년 3월 말 이전까지 의회 승인 없이 단독으로 EU 측에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U를 탈퇴하려는 국가는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공식적으로' 협상 의사를 밝혀야 협상 절차가 시작된다.
영국 내부에서는 영국 금융 중심지인 '시티 오브 런던'의 지표를 토대로 메이 총리의 이러한 구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나왔다. 더구나 5월과 9월 각각 주요 선거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이 탈퇴 협상을 두고 영국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영국 내외부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