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혐오표현, 자율규제 속 입법화 필요"…국제 라운드테이블 개최

[이정하 기자]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지난 5월 한국에서는 혐오표현과 관련,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다. 정신질환자가 상대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이후 이 사건은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 문제를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16일 서울 강서구 방화대로 메이필드호텔에서 진행된 '2016 국제 라운드테이블'에서 정혜정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유해정보팀장은 이 같이 말했다. 매년 방심위가 주관하는 국제 라운드테이블은 올해 '소셜미디어 시대 혐오표현의 확산과 대응'을 주제로 열렸다.

정 팀장은 "혐오표현은 민족, 지역, 성소수자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인종, 장애, 성 등의 선택 불가능한 것과 종교와 직업 등 선택 가능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혐오표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구분이 안 되는 공간인 동시에 복제·확산이 손쉽다는 점에서 익명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혐오표현에 대한 법제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정 팀장이 인용한 언론매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87%가 인터넷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표현의 자유보다는 익명성에 숨어 타인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제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영미 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 회장도 된장녀, 김치녀, 성괴 등의 여성 혐오적 표현이 소셜미디어에서 너무 쉽게 유통된다는 점을 문제점을 들며, 2013년에 200명의 봉사단 등과 함께 진행한 여성비하 표현 신고 및 제재 과제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성 혐오적 표현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2013년 1만199건을 적발해 방심위에 신고하는 과제를 진행한 바 있다. 가장 많은 곳은 성매매 알선사이트로, 여기서는 여성 상품화 및 성매매의 목적 수단으로 여성 혐오표현이 쓰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코타니 준코 일본 시즈오카대 법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올해 6월에 증오연설(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이 통과, 일본 내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혐한 등의 혐오발언자 근절은 쉽지 않다. 혐오발언은 기준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도 맞물려 있기도 하다"고 제언했다.

프란시스카 콜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경우 쇼셜미디어를 자유로운 공간으로 인정, 아직까지 자정의 대상으로만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종 등에 대한 사적인 부분의 혐오발언은 사회적 분열 조장하고 있기도 해, 이 부분에 대한 규제는 대학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부터가 이러한 혐오발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리처드 워먼 캐나다 인권변호사는 캐나다에서는 형법을 통한 처벌보다는 민사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혐오표현에 규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효종 방통심의위 위원장은 "소셜미디어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수단인 동시에 차별적이며 혐오적인 표현의 유통 창구로도 이용돼 증오감을 부추기고 폭력을 선동하는 장으로도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제시된 각국의 제도와 경험을 참고해 인터넷상의 혐오표현 유통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