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캐시 리 "삶을 바꾸는 가방, 그런 가방을 만들어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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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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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강서구 이카트리나 사무실에서 캐시리(Cathy Lee, 한국명 이연주) 이카트리나 브랜드 대표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사람의 삶 자체를 바꿔주는 가방이 있습니다. 그런 가방을 만들고자 디자이너가 됐습니다."

15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캐시 리(한국명 이연주) 이카트리나 대표는 "왜 디자이너의 꿈을 꿨냐"는 첫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그녀는 아직은 어리던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이민길에 올랐다.

◆중학교 소녀, 에르메스 가방에서 꿈을 발견하다

넉넉지 않았던 가정 형편과 낯선 문화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미국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살던 이모가 "브런치나 먹자"며 그녀를 불러냈다.

"당시에는 브런치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리고 나중에야 이모가 날 불러낸 곳이 '비버리힐스'라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부유층 도시라는 것을 알았죠."

처음 접하는 분위기 속에서 '캐시'는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여자를 보게 됐다.

"문이 열려서 자연스럽게 그 쪽을 쳐다본 순간,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그녀가 들고 있던 가방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에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던 여성이었는데, 그녀의 가방 하나로 분위기와 주변의 시선을 압도하는 듯했습니다."

중학생인 그녀가 이모에게 저건 무슨 가방이냐고 묻자, "1억원도 넘는 가방이야, 프랑스 제라고"라고 웃으며 답했다고 한다.

"그 가방은 에르메스 버킨 백 중에서도 최고급에 속하는 1억원 상당의 가방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가방의 가격이나 브랜드 이름을 알지도 못했지만 가방이 사람의 품격을 바꿔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죠. 나도 사람들에게 그런 가방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운도 실력? 노력없인 운도 없어!

이후 그녀는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미국 명문 미술대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ISD)의 산업 디자인과에 당당히 입학했고, 그녀의 열정과 재능을 높게 산 교수님 덕에 전액 장학금으로 석사까지 너끈히 마쳤다.

"당시 형편으로는 석사 등록금을 부담하지 못했을거에요. 운이 좋았지요."

운이 좋았다고만 하기에, 미국에서 어린 나이로 디자인 대학원에 들어가기란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다. 이미 현장 경험이 넘치는 실력자들이 쟁쟁했고, 40대 베테랑도 수두룩했다.

20대 초반이었던 그녀는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매일 밤을 새고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꾸준히 장학금을 받으고 제때 모든 졸업을 마쳤다.

졸업 후 갭 아이앤씨 뉴욕, 리즈클레이본 아이앤씨 뉴욕, 앤 테일러 뉴욕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에서 인하우스 디자이너, 디자인드렉터로 근무했으며 2006년 자신의 브랜드 '이카트리나 뉴욕'을 세상에 내놨다.

브랜드 첫번째 컬렉션에 등장한 붉은색 클러치는 헐리우드 유명 스타 '니콜 리치'가 들고 있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돼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니콜 리치가 그녀의 가방을 든 것도 결코 운은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개인 디자이너들의 오기를 봅니다. 첫번째 컬렉션을 내놓고, 두번째 컬렉션을 내놔도 선뜻 계약을 하지 않죠. 세번째 컬렉션이 됐을 때부터 디자이너로 인정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그럼에도 불구, 니콜 리치가 든 가방은 그녀의 첫번째 컬렉션 작품이었다. 

"모든 컬렉션이 그렇지만 첫번째 컬렉션에는 정말 제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서 소위 '발품'을 팔았죠. 니콜리치는 제 가방을 받아준 한 가게의 고객이었던 거죠."

◆'브랜드 냄새 없는' 가방은 '디자이너 가방'이 아니다

그녀는 개개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색깔을 잃고 지나치게 대중적으로 변해가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한국은 트렌드가 빠른 문화에 익숙하다보니, 하나의 색깔을 가지고 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라면서도 "그런 기다림이 없이는 에르메스, 구찌와 같은 고유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나오기 어렵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하나의 결을 이어가는 디자인이다. 이까트리나는 이까트리나답게. 그것이 신조다.

최근에 론칭한 'H by 이까트리나'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중적인 브랜드로 콘셉트를 잡았지만 그녀의 본래 브랜드 가방 곁에 놓아도 어색함이나 이질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제 정체성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최근 가방 디자인에는 한국적인 색채도 많이 녹여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암살', '해어화'와 같은 작품에 소품으로 등장하기도 했지요."

최근 그녀는 우리나라 전통 놀잇감 중 하나인 '제기'를 가방 디자인에 녹여내 서울 북촌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적인 색을 녹였다고 해서 미국에서 만든 가방과 전혀 다른 가방이 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까트리나는 이까트리나다워야죠."

◆한국에서 개인 디자이너의 씨앗을 뿌리다

그녀는 현재 홍익대학교에서 국제 디자인 전문대학원(IDAS)의 디자인 경영학과 전임교수를 겸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과 색깔을 심어주는 것이 교수로서 그녀의 목표다.

"때로는 무작정 대기업에만 입사하려는 학생들이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아직 완전한 디자이너로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대기업의 기류에 휩쓸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대기업에 가든,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든 학생들이 자신만의 색깔과 냄새를 간직하길 바란다. 5년, 20년, 40년이 지나도 고유의 정체성을 간직한다면 그것이 언젠가 발현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최근에는 노력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치부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그러나 제가 그 선례를 만들어가고 있듯, 나의 학생들도 멋진 디자이너로 우뚝 서길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캐시 리는

캐시 리는 1973년 생으로 중학교 시절 미국 애리조나로 이민을 떠났다. 이후 시민권을 취득하고 미국 명문 미술대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ISD)의 산업 디자인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갭 아이앤씨 뉴욕, 리즈클레이본 아이앤씨 뉴욕, 앤 테일러 뉴욕 등을 거쳐 2013년에는 LF 액세서리 사업부 크리에이티브 드렉터(CD)로 근무하며 헤지스와 질스튜어트 액세서리 디자인을 총괄했다.

2006년 이카트리나 뉴욕(EKATRINA NEW YORK Inc.)을 론칭, 대표이사 겸 디자인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홍익대학교 국제 디자인 전문대학원(IDAS)의 디자인 경영학과 전임교수로도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세계적인 도약을 돕는 중이다. 

출판물로는 <차원이 다른 디자인 경영(2009)>, <트렌드 발전소(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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