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17일(현지시각) 사설에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1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한 것에 대해 ‘알현(覲見)’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알현은 지체가 높은 사람, 특히 군주를 찾아가 뵈러갈 때 쓰는 말이다.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황급히 뉴욕으로 달려간 아베 총리를 비꼰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미·일, 한·미 동맹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일본과 한국에 방위비를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만약 트럼프가 대선 기간 공약한 대로 아태 정책을 구축한다면 일본은 최대 피해자"라고 말했다.
사설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온갖 공을 들였던 일본이 이제 와서 뜻하던 대로 일이 되지앉자 급히 태도를 바꿨다며 "이보다 더 낮을 수 없는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일본 정부가 중요한 때엔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극도의 현실주의를 보여준다"고도 지적했다.
사설은 트럼프가 바쁜 와중에 아베와 만나기로 한 것은 유연성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그저 아베와 만나 과거의 앙금을 풀고 서로 우호를 보여주는 데 그칠 것이라며, 아마도 일본은 미국의 아태 동맹이라는 등 식상한 위로의 말을 건넬 것이라고 사설은 전했다.
사설은 중국과 일본 관계는 서로 대립하면서 심지어 서로 얼굴 붉히는 사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미·중관계는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관계로, 공개석상에서 상호 우호협력를 이야기하는 사이라고 사설은 전했다. 그러면서 아베가 미·중 관계를 중·일 관계처럼 악화시켜서 미·일 동맹으로 중국과 맞서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중국의 힘을 빼서 일본의 전략적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사설은 진단했다.
사설은 하지만 실제로 미국의 대중관계 시각은 훨씬 더 폭넓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중관계는 동아시아 지정학적 각도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와 국제문제, 글로벌 전략적 평형 차원에서 고려하는 것이라며, 대국 관계는 안정적인 리듬을 유지해야 한다고 사설은 설명했다.
그러므로 트럼프와 아베의 출발점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사설은 강조했다.
사설은 뉴욕 회동을 마치고 일본은 분명 트럼프와의 회동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전 세계에 미일 동맹은 여전히 견고함을 과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트럼프의 일부 발언을 'TPP 생명을 이어나갈 산소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도 내다봤다. 하지만 미·일 양국은 아태 문제에 있어서 의견 불일치가 존재하며 그건 절대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사설은 꼬집었다.
사설은 아베 정부의 극단적인 외교노선 추진이 일본이 전략적으로 피동적일 수 밖에 없는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일본 총리가 마치 하늘이 무너졌다는 듯 이리도 초조해하고, 트럼프의 한 마디 위로의 말에 마치 성은을 입은 듯 과분해 어쩔 줄 몰라할 수 없다고 비꼬았다.
사설은 마지막으로 일본인은 자국의 외교전략이 너무 튀는 건 아닌지, 너무 많은 국가에 부탁을 하는 건 아닌지, 누구를 만나든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고 있는 건 아닌지를 생각해 봐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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