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애신 윤주혜 기자 =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간섭이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잇돌2대출의 승인율을 놓고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의 입까지 단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2 대출'의 승인율은 각 저축은행별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낮은 승인율이 문제될 것을 우려해 개별 발표 대신 SGI서울보증보험의 통계치만 취합해서 발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SGI서울보증보험의 발표치와 실제 은행 창구에서 이뤄지는 승인율의 차이가 큰 것으로 밝혀지면서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에게 '침묵을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14일 일선 저축은행에 사잇돌2 대출의 실적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 이메일은 금융위원회가 밝힌 사잇돌2 승인율 30.6%은 SGI서울보증보험의 승인율로, 저축은행에서의 이뤄진 최종 승인율은 이보다 낮다는 보도가 나간 다음 날 발송됐다.(기사: 눈 가리고 아웅하는 금융위, 사잇돌2 승인률이 30%?)
이메일을 받은 일선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업계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는 "(사잇돌2 대출 관련해서)실적을 밝히지 말라는 내용이었다"며 "저축은행중앙회가 금융위원회의 지시를 받은 것 같다" 전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이메일을 발송한 것은 맞지만 실적을 개별적으로 발표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다른 저축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달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이어 "특정 저축은행의 승인율이 전체 저축은행의 승인율처럼 비쳐질 수 있으니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중앙회가 독자적으로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며 "승인율을 발표하지 말라는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공식적으로 밝힌 사잇돌2 대출의 승인율은 30.6%다. 하지만 이는 1차 통과자에 불과하다.
SGI서울보증보험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통해 검증한 뒤 승인자를 선별하면 각 저축은행은 이 정보를 받아 개별적으로 평가한 후 통과자에 한해 대출을 해준다. 때문에 금융위가 발표한 자료만으로 사잇돌2의 최종 승인율을 알 수 없다.
저축은행들은 지난 9월 6일 사잇돌2 대출이 출시되고 5영업일까지는 승인율을 밝혔다. 그러나 저조한 승인율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오자 저축은행중앙회가 개별 저축은행에 전화를 해서 입막음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추가 보도를 막기 위해서다.
이처럼 중앙회가 두 차례에 걸쳐 각 저축은행에 승인율 관련해서 언론 대응에 신중하라고 경고한 것은 금융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행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사잇돌2 실적 등 관련 통계는 금융위에서 일괄한다"면서 "언론의 지적이 이어질까 두려워 금융위가 발표를 자제해달라고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승인율은 개별 금융사가 경영 판단을 통해 내린 결과이고 영업 전략이 담긴 것이므로 당국이 관여할 수 없다"며 부인했다. 제도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승인율이 어느 정도인지 참고는 해야겠지만 각 사별로 승인율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또 "일각에서 승인율이 낮다고 비판하지만 무조건 승인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좋은 게 아니다"라며 "저축은행별로 자금여력 등을 따져서 결정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저축은행들은 이같은 금융위의 해명을 전해들었지만 여전히 사잇돌2 대출 승인율은 공개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암묵적인 제재가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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