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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동아시아출판인회의'가 지난 14, 15일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 오키나와컨벤션센터에서 한·중·일·대만·홍콩 출판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사진=박상훈 기자]
(일본 오키나와=박상훈 기자) "개별적·구체적이며 지역적인 출판물이 어떻게 보편으로서 인식되는지 혹은 대체 무엇이 구체적인 것을 보편적 이념으로 높여주는지에 대한 지극히 원리적인 문제를 다함께 고민해 봐야 합니다."
'제21회 동아시아출판인회의'가 지난 14일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 오키나와컨벤션센터에서 구마자와 도시유키(熊沢敏之) 동아시아출판인회의 회장의 발제로 시작됐다. 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 출판 관계자 등 8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틀간 개최된 이번 회의는 출범 1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서, '출판의 지역성과 서적의 보편성' '10주년 총괄과 동아시아 서적 교류의 과제' 두 가지를 주제로 삼았다.
지난 2005년 제1회 도쿄 회의를 시작으로 매년 봄·가을 개최되는 동아시아출판인회의에는 돌베개(대표 한철희)·동아시아(한성봉)·마음산책(정은숙)·사계절(강맑실)·사월의책(안희곤)·일조각(김시연)·한길사(김언호) 등 국내 출판사 일곱 곳을 비롯해 난잔(南山·일본), 슈에이(集英·일본), 연경(聯經·대만), 삼련서점(三聯書店·중국) 등 동아시아의 내로라하는 출판사들이 참여했다.
도모리 히토시(友利仁) 오키나와타임스 출판부장에 따르면 오키나와의 1인당 서적·잡지 구매 금액은 연간 1만1280엔(2011년 기준)으로 일본 최하위다. 그렇지만 이 지역의 출판사들은 매년 400종 이상의 오키나와 관련 책들 내놓고, '오키나와 현산책(県産本)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보 교환, 홍보 등을 함께하는 등 활발한 출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키나와에는 독자보다 저자가 많다'는 말이 괜히 회자되는 게 아니다.
도모리 부장은 "오키나와인에게 출판은 '자기 검증'과 같은 것"이라며 "일본 본토와의 정치·역사적 갈등, 지역에 대한 낮은 이해도, 소량 유통 등 여의찮은 상황이지만 오키나와 정체성으로 독자들을 만족시킨다면 지역 출판의 미래는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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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동아시아출판인회의가 열린 오키나와컨벤션센터의 한쪽 벽면에 오키나와 현산책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박상훈 기자]
동아시아 서적의 지역성과 보편성을 더 넓은 시야에서 논의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메이 신이(梅心怡) 대만 연경출판사 인문편집장은 미국의 대형 출판사 '하퍼 콜린스'의 전략실 책임자 케리 서리츠키의 '글로컬'(Glocal) 개념을 차용하며 "한 사람, 한 가족, 한 나라에 국한된 지역성은 독자들로 하여금 독서를 통해 색다른 인생을 체험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 공감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것이 바로 글로컬의 정신이고, 서적 출판의 향후 추이가 될 것이다"며 "전 세계 출판시장에서 동아시아 인문 서적의 지역 특색이 수용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14일 오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중앙 집중 현상과 지역 출판의 대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는 "정치·경제·문화가 수도권, 특히 서울에 몰려 있어 '내부 식민주의'가 문제로 대두됐다"며 "지역의 고유한 역사적 경험이나 사회문화적 조건이 인간의 보편적 삶과 문화에 각성을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도 "출판 제작처·거래처 등이 서울에 집중돼 있어 지역 출판사들은 늘 '거리감'을 느낀다"고 지적하며 "경남 통영에 있는 '남해의봄'처럼 소박하면서도 새로운 소재 발굴, 대안적 삶의 공유 등으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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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출판인회의의 출범 1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특별 단행본. 회의의 주요 발제와 연혁 등이 담겨 있다. [사진=박상훈 기자]
행사 둘째날엔 동아시아출판인회의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는 발제가 이어졌다.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생각하는 행위'를 강조한 류사와 다케시(龍澤武) 전 헤이본(平凡)사 편집국장은 동아시아 서적의 교류 촉진을 위해 △새로운 독자 창출 △독자의 변화 △줄어드는 대학 인문학부 △도서관의 역할 등의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룰 것을 제안했다.
강맑실 사계절 대표는 '나라'가 아닌 '출판문화'를 단위로 구성원을 선정할 것, 인문서를 중심으로 할 것, 국제사무국의 중심은 계속 이동할 것 등의 회의 설립 '방침'을 거론하며 원고 수급, 출판 정보 공유, 번역 등의 어려움으로 중단된 웹 저널 프로젝트 '동아시아 문화지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 대표는 또 "편집자들이 스스로, 주도적으로 네트워크를 키워가지 못하고 있다"며 "젊은 편집자들의 육성·교류에 힘써야 한다"고 명토박았다.
구체적인 제안도 나왔다. 한성봉 동아시아 대표는 지난 9차 전주 회의 때 발표된 '동아시아 100권의 책'을 예로 들며 "'독서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각 나라 대학들 간의 연계 강의 또는 인터넷 강의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대표는 "회의의 인적·물적 자산이 풍부해지려면 지금보다 더 열린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매년 회의가 열릴 때마다 각 지역이 추천하는 인문서에 대한 브리핑과 교섭의 장을 열면 일종의 '작지만 튼튼한 북페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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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용 부천시 교육사업단장(오른쪽)이 지난 15일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 오키나와컨벤션센터에서 오키나와 관련 책 1만3200권을 부천시에 기증하기로 한 다케이시 가즈미(武石和実) 일본 요주서림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박상훈 기자]
한편 15일 오전엔 일본 요주서림(榕樹書林)의 오키나와·평화연구 관련자료 1만3200권을 부천시에 기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요주서림은 오키나와 특유의 문화·인문·역사·사회 서적을 출간하는 곳으로 3200권은 올해, 나머지 1만권은 내년에 기증하기로 했다.
민승용 부천시 교육사업단장은 "도서 기증이 완료되면 상동도서관 안에 오키나와 특별관을 만들어 비치할 예정이다"며 "이번 기증을 계기로 오키나와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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