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성' 살아 숨쉬는 오키나와 대형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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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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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 체인 '준쿠도'(Junkudo), 오키나와 관련 서적 2만여 권 보유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서점인 '준쿠도서점' 나하점 [사진=박상훈 기자]



(일본 오키나와=박상훈 기자) 일본의 대형 서점 체인 가운데 하나인 '준쿠도'(Junkudo)는 지난 2009년 4월 오키나와현 나하(那覇)시에 전국에서 셋째로 큰 분점을 냈다. 

준쿠도서점 나하점은 잡지, 전문서, 양서 등 120만여권의 서적을 판매중이며, 외국어 서적도 1만5000여권 보유하고 있다. 지하에는 지역 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마트도 있다. 

그런데 이 서점이 유명세를 탄 것은 그 규모 때문이 아니다. 오키나와 관련 서적을 2만권 이상 다루고 있으며, 이 지역 출판사들이 만드는 '현산책'(県産本)만으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등 '지역성'을 배려하는 점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한철희 돌베개 대표는 "인구 150만명에 불과한 오키나와현에서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책 초판을 1200~1500부 인쇄하고, 그 중 70~80%가 지역 내에서 소화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라며 "출판계의 비관적 미래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책에 대한 의욕과 애정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준쿠도서점 나하점에는 일본 여느 서점들처럼 문고본이 가득하다. [사진=박상훈 기자]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가 없는 문고본도 준쿠도서점에서는 노른자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모리모토 점장은 "그 종류도 문학, 인문, 사회, 과학, 종교 등으로 다양한 데다 세련되고 가독성 좋은 편집으로 연령층을 불문하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키나와 서점계 일각에서는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서점이나 헌책방 등이 줄어들고 그 역할을 대형 서점이 대신하고 있는 현 상황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얇아지는 독자층, 서점 경영의 영세함 등 현실을 인정하고 준쿠도처럼 지역성을 존중하는 대형 서점을 대안으로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준쿠도서점 2층에서 만난 마츠마에 하루카(23·여)씨는 "부모님으로부터 '오키나와 문화와 역사를 잊으면 안된다'는 말을 듣고 자라서인지 그런 책을 파는 서점들이 사라지는 게 아쉽다"면서도 "이곳의 지역성을 보존하면서도 본토 못지않게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볼 수 있게 해준 준쿠도같은 존재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준쿠도서점 나하점의 만화책 진열대 [사진=박상훈 기자]



책을 보는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일본만의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오키나와엔 자신들의 정체성을 꾸준히 지켜 나가려는 출판인들과 해당 지역의 지역성을 존중하려는 대형 서점 그리고 그 모두를 아우르며 책을 집어드는 독자들이 있다. 이들이 넘기는 '출판의 미래'  페이지엔 어떤 글이 써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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