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11년간 총리직을 역임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내년 9월 예정돼 있는 연방의회 총선에 입후보해 4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독일 사회는 심각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며 "불안정하고 어려운 시대에 국가를 위해 그간의 경험과 재능을 살려 나가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메르켈 총리가 당수로 있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는 총선에 앞서 내달 초 전당대회를 연다.
통상 독일 총리는 총선 이후 집권 다수당이 정해지면 연방하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지난 2005년 51세였던 메르켈 총리는 사상 최초 여성 독일 총리로 취임했다. 이후 2005년, 2009년, 2013년 치러진 총선에서 연속 승리해 총리직 3연임에 성공하면서 11년 임기를 이어왔다.
메르켈 총리가 내년 9월 총선에서 또 다시 승리한 뒤 4연임에 성공하면 임기 4년을 채웠다고 가정할 경우 16년간 총리직을 수행한 셈이 된다. 그동안 독일에서 16년간 총리직을 맡은 사람은 헬무트 콜 전 총리가 유일하다.
그동안 메르켈 총리는 유럽 금융 위기와 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정치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독일의 설문조사기관 엠니트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을 찬성하는 의견은 55%로 반대(39%)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서는 국제적 경험이 풍부한 메르켈 총리를 대체할 만한 인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이어 유럽 곳곳에서 우경화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서구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만 연임에 성공한다 해도 다양한 현안들로 인해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유럽 내에서는 브렉시트와 난민 문제, 테러 대책,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등 다양한 현안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차기 미국 정권과의 관계 구축 등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내년 선거에 앞서 메르켈 총리가 어디까지 구심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도한 난민 유입에 따른 난민 정책 부작용으로 우파 세력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는 점도 메르켈 총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치러진 독일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정당이 26년 만에 처음으로 의석을 차지하면서 '메르켈 위기론'이 불거졌다.
지난 2013년 출범한 AfD는 불성실 국가 지원 등 반(反)유로 정책을 고수해왔다. 독일 연방의회에서는 의석 확보에 실패했지만 2014년 유럽연합(EU) 의회에 진입했다.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강경한 반(反)난민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우파 정당이 독일 정치 1번지인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 입성한 것만으로 메르켈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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