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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호]
‘perfect storm’은 본디 둘 이상의 태풍 등이 충돌해 그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지칭하나, 최근에는 정치·경제·사회적 측면에서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편의상 ‘총체적 난국’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선거운동 내내 사실상 반한(反韓)에 가까운 대한(對韓) 정책을 공언한 Donald John Trump(이하 트럼프)가 언행일치의 미덕(?)을 보일 경우 대한민국에 불어올 정치·경제·안보상 파장은 가히 perfect storm이라 할 만하다.
이에 아래에서는 트럼프가 몰고 올 폭풍들의 면면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방책으로서의 보훈외교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트럼프의 정책기조는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이나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정치·군사적으로는 비개입주의(1969년 7월 25일 발표된 Nixon Doctrine과 유사한 맥락)를 지향하는 것이다.
한미FTA 재검토 시 향후 5년간 30조원의 수출 손실이 예상되며(2016.11.09. 한국일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방위분담금(2016년 기준 9,441억원)을 대폭 인상할 경우 한국과 마찰이 생겨 트럼프가 시사했던 주한미군 철수 등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북미대화가 활성화되면 북한의 한반도 적화 전략의 골자인 통미봉남(通美縫南)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즉 경제·군사(안보)적으로 한반도 존속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한미동맹 자체가 와해될 수 있는 조짐이 생긴 것이다.
이렇듯 트럼프가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perfect storm에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야겠지만 그 일차적으로는 국제간 교섭을 통한 접근이 주요하다.
특히 한미는 연인원 기준 178.9만 명의 6·25참전용사와 300만 명의 주한미군이라는 연계점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외교상 특수성을 지닌다. 자유민주주의와 세계 평화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함께 싸우고 함께 지켜낸 지난 66년의 역사는 길어야 8년인 트럼프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장구한 흐름이다.
이에 우리는 6·25참전용사 및 유가족 및 주한미군으로 하여금 트럼프의 반한정책을 저지 또는 완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목숨으로 지킨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가치를 명확히 알고 있고, 이러한 점을 공론화 할 수 있는 힘(①미국에서 군 관련 종사자들의 영향력 지대 ②참전용사들의 의전서열 최상위)을 가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와 미국 참전용사 등이 공유하는 6·25전쟁을 매개로 한 기억을 미국 전체가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참전용사 재방한, 참전국 후손 보훈캠프 및 장학, 참전기록물 편찬사업, 공훈선양시설물 건립사업 등은 이러한 기억 공유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특히 2007년 이래 매년 실시되고 있는 ‘Turn Toward Busan(부산을 향하여)’ 행사는 미국 뿐 아니라 6·25전쟁에 참여한 21개국(의료지원국 5개국 포함)과 대한민국이 함께 11월 11일 UN참전용사 2,300이 안장된 부산UN기념공원을 향해 1분 간 묵념하는 범세계적 보훈외교이다. 이 행사는 참전자 본인 뿐 아니라 일반인 모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세계평화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한미 간의 특수한 관계가 중요하다는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어, 효과적인 트럼프발 perfect storm의 대응책이 될 수 있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 또한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이 가지는 군사·경제적 가치와 한미의 동반자적 호혜관계 유지 필요성을 미국(트럼프)에 알릴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외교 차원으로 설득하는 것과, 최고의 예우· 존경을 받는 자국민이 직접 요청하는 것은 트럼프가 받을 압박감의 측면에서 크게 다르다.
특히 앞서 언급한 보훈외교를 통해 미국 전반에 과거의 기억을 매개로 호혜적 동반자로서의 한국을 인식시킬 수 있다면 트럼프는 자신의 반한적(反韓的) 공약을 이행하는데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대한(對韓) 정책기조 자체가 전면 수정되기는 어렵기에 트럼프의 임기 내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한미관계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66년 간 세계평화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싸워온 역사가 사라지지 않듯, 대한민국의 미국에 대한 군사·안보적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역사와 가치를 미국을 포함한 UN참전국에게 영원히 상기·인식시키는 것이 보훈외교이다. 즉 장기적 관점에서 조망했을 때 보훈외교를 통해 우리는 바람직한 Post Trump 시대를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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