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진회계, 대우조선에 분식회계 계속 요청"…檢 적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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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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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회계 부정이 이뤄지지 않게 감시해야 할 공인회계사가 도리어 대우조선해양에 분식회계를 계속하라고 권고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2일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정황을 발견하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적정' 외부감사 의견을 내준 혐의(공인회계사법 위반 등)로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배모 전 이사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배 전 이사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우조선 감사팀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2013∼2014 회계연도 외부감사를 진행하면서 대우조선이 이중장부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부실 감사를 하고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대우조선은 공사 진행률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업 등 수주 산업에서는 실제 발생 원가(들어간 돈)를 총 예정 원가(들어갈 돈)로 나누고 다시 100을 곱해 공사 진행률을 산출한다.

분모인 총 예정 원가를 줄이면 결과적으로 공사 진행률이 높아진다. 이렇게 하면 실제 회사에 들어온 돈과 관계없이 장부상 수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방식의 회계조작은 조선·건설업 등 수주 산업 분식회계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대우조선은 회사 내부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는 실제 경영 판단을 담은 총 예정 원가(실행 예산) 데이터를 관리했다.

하지만 주주와 투자자 등에게 공시되는 재무제표를 검증하는 회계법인에는 별도 관리되는 다른 수치의 총 예정 원가 내역이 담긴 엑셀 파일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진의 대우조선 감사팀은 2014년 말 대우조선 분식회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내부적으로 해결 방안을 논의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팀 내부에서 '실행 예산 문제, 체인지 오더(주문 변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절대 감사조서에 서명하면 안 된다. 스태프가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윗선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라는 논의가 이뤄졌다"며 "분식회계가 이뤄지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객관적 자료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찰은 작년 정성립 사장이 취임하면서 전 경영진부터 이뤄진 분식회계를 바로잡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했으나 오히려 안진 감사팀은 당시 이를 말리고 이전 방식의 회계 처리를 권고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이는 사실상 분식회계를 계속하라는 요청이었지만 대우조선 신임 경영진이 자신들도 분식회계 책임을 지게 될 것을 우려해 이를 거절하고 빅 배스를 단행했던 것"이라며 "안진 감사팀은 대우조선이 회계기준에 따라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면 금융감독원 등에서 부실 감사 책임을 물을 것을 염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배 전 이사의 구속기소 이후 감시팀 차원이 아니라 안진 회사 차원에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묵인하거나 방조했는지에 관한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2010년부터 대우조선 회계 적정성을 감독하는 외부감사 업무를 맡은 안진은 매년 '적정' 감사 의견을 내놓다가 올해 분식회계 의혹이 터지자 이를 부랴부랴 수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안진 측은 올해 3월 '지난해 추정 영업손실 5조5000억원 가운데 약 2조원을 2013년, 2014년 재무제표에 나눠 반영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회사 측에 정정을 요구해 '뒷북' 논란을 일으켰다.

대우조선은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2013∼2015년 각각 7700억원, 7400억원, 2조9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재무제표를 수정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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