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아이디(Eyedi)가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여자에게 ‘반했다’라는 말을 쓰기가 참 쑥스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분위기에 매료됐음은 부정하지 않겠다. 지난 7월 ‘Sign(사인)’으로 데뷔한 신예 여성 솔로뮤지션 아이디(Eyedi)는 적어도 본인에겐 그런 매력으로 다가왔다.
아이디는 최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데뷔한지 이제 4개월. 그를 향한 관심을 알고 있었을까.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제 이름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저는 ‘아이덴티티(identity)’의 약자입니다. 정체성이 확실하다는 뜻이죠. 7월에 ‘사인’으로 데뷔했고 지난 8일 ‘외롭지 않아’로 돌아온 아이디입니다.(웃음)”
아이디는 ‘블랙뮤직’ 뮤지션이다. 블랙뮤직은 알앤비와 소울, 힙합, 재즈, 펑크 등 흑인음악을 기반으로 한 장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8일 신곡 ‘외롭지 않아’ 역시 알앤비 장르의 곡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외롭지 않다는 애틋한 소녀의 마음을 노래한 곡이에요. 사실 다음연도에 발표하려고 했던 EP 앨범에 수록된 곡이었는데 데뷔곡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올해가 가기 전에 보답하고자하는 차원에서 선물해드리기 위해 발표하게 됐습니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발표한 곡이라지만, 아이디는 ‘외롭지 않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는 재지(Jazzy)하면서도 소녀의 마음으로 그 사람을 사랑해서 외롭지 않다는 뜻을 가진 이 곡이 마음에 들었다고. ‘외롭지 않아’는 작곡팀 그루지오(GRUZIO)가 아이디의 매력적인 음색과 조화를 이뤄 탄생된 곡이다.
“‘외롭지 않아’를 가이드 하신 분이 저와 다른 보이스 컬러를 가지고 있으셨어요. 그리고 제가 불렀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었죠. 그래서 그 분이 부르실때는 굉장히 테크닉적이었는데 저는 올드해 보일 수도 있었거든요. 제 보이스와 그 분의 보이스가 완전히 다르니까 프로듀서 분들께서 제 느낌으로 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 분들께서 저를 선택해주신 거라 감사해요. 데뷔곡 ‘사인’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가수 아이디(Eyedi)가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이디가 데뷔 때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바로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 제프버넷의 프로듀싱으로 탄생한 뮤지션이였기 때문이다. 또 최근 세계적인 팝 뮤지션들의 프로듀서 호세 로페즈와 프란시스 등이 아이디의 가능성을 극찬할 정도로 그를 향한 관심은 국내외에서 뜨거운 상황이다.
“너무 감사해요. 저를 작업해주신 것도 감사했는데 많은 분들께서 저에 대한 기대치를 더 높게 보시고 계신 것 같아요. 현재 세 번째 앨범을 준비중인데, 호세 로페즈와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제가 더 하고 싶어했던 아티스트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 앨범 작업을 조율중이에요.
그렇다면 유명 프로듀서와 인연이 닿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데뷔하기 전 대표님께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음악에 해대 말씀을 드린적이 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제프버넷의 기사를 접하게 됐어요. 그때 대표님께서 ‘잘 어울리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죠. 그리고 대표님께서 ‘제프버넷과 작업해볼래?’라고 하셨는데 저는 처음에 그게 장난인 줄 알았어요. (웃음) 그러다 저를 부르시더니 곡을 들려주셨는데 제가 말씀드렸던 음악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곡이 뭔가요?’라고 물었더니 제가 말했던 곡에 제프버넷이 가이드를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그렇게 곡을 받고 처음 제프버넷과 접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제프버넷이 가이드 녹음하시는 모습의 영상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미국으로 넘어가서 함께 작업하면서 처음 뵙게 됐죠.”
그렇게 아이디와 제프버넷의 인연은 시작됐다. 아이디는 제프버넷의 음악작업 스타일에 대해 “굉장히 편하게 해주셨어요”라며 웃었다.
“처음 만났는데도 마치 처음 만난 것 같지 않았어요. 많은 잘 안 통했지만, 통역해주시는 분이 계셨고, 최대한 제게 맞춰주시려고 했어요. 프로듀서라기보단 음악적인 동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프버넷을 비롯해 유명 해외 프로듀서들의 러브콜이 끊이질 않고 있는 아이디는 어떤 매력으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제가 생각했을 땐, 전에 미국의 한 관계자분께서 저는 미국의 현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팝음악을 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의 보컬에 감성이나 색깔이 현지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고 하셨죠.(웃음) 그런 것들 때문에 많은 분들이 감사하게도 저를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지금 대부분 음악들의 색깔이 팝 시장에 맞춰져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갖고 있는 제 보컬은 아시안인데 그 분들이 느끼셨을 때는 같은 알앤비 장르의 음악을 하더라도 다르게 느끼셨던 것 같아요. 바꿔 말하면 외국인들이 우리의 아리랑을 불렀을 때 아무리 잘 불러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은거요. 그런 고유한 것들에 새로운 무언가가 왔을 때의 경계선에 제가 있는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그 분들에게 제 음색이 색다르게 느껴지셨던 것 같아요.(웃음)”

가수 아이디(Eyedi)가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이디의 말처럼 그의 보이스는 모자라지 않지만 또 과하지도 않다. 외모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움은 목소리에서도 느껴졌다. 마치 타고난 듯 굉장히 매력적인 음색을 지닌 아이디지만 사실 그의 처음 꿈은 가수가 아니었다.
“처음 전 디자인이나 미술 쪽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 따라 노래 동아리를 들어가게 됐는데 우연히 서게 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이건 내 길이다’ 싶었어요.(웃음) 그 뒤로 음악의 길로 들어오게 됐어요.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었거든요. 처음에 부모님께서는 공부하기를 원하셔서 반대하셨는데 제가 조금씩 보여드렸더니 지금은 굉장히 좋아하세요.”
아이디는 약 3년간의 연습생 시기를 거쳤다. 처음엔 걸그룹 데뷔를 위해 열아홉에 전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갈망은 더욱 큰 꿈을 품게 만들었다.
“당시에 걸그룹을 준비하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와서 제가 책임질 수 있는 저의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현재 대표님과 함께 소속사에서 나와 아이디로 데뷔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블랙뮤직을 하겠단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여러 음악을 접하는 과정에서 90년대 음악을 들었는데 그 시대의 사운드와 빈티지함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더 빠져들게 됐고 그 뒤로는 블랙뮤직에 빠져 더 찾고 만들게 되더라고요.(웃음)”
현재 아이디를 키운 대표 역시 연습생 신분으로 있을 때 알게됐던 프로듀서였다. 자신의 음악적인 꿈을 이야기했더니 오직 아이디의 역량과 보고 그의 꿈을 도와주기로 결정했다. 아이디를 향한 무한한 신뢰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대표님께서 믿어주시는 만큼 정말 잘하고 싶어요. 이런 기회들이 쉽게 오지 않잖아요. 제프버넷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도 너무 감사하죠. 블랙뮤직에 빠져서 더 좋은 아티스트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이제 스물두살의 끝에 선 아이디. 마냥 어리지만은 않은 그는 이제 냉정한 프로 가수의 세계에 내던져졌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부담이라 여기지 않고 한 발 한 발 나아갈 것이라는 아이디는, 아직은 명확하지 않겠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예정이다.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 블랙뮤직 장르니까 노래로 표현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연기나 더 나아가서, 아주 나중엔 저의 카페나 라운지바를 차려서 오시는 손님 분들에게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소개해드리고 싶은 꿈도 있어요. 다른 아티스트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꾸준히 공연에서 저를 보여드릴거고, 내년에 나올 앨범으로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아이디는 해외 유명 프로듀서들이 관심을 보인만큼 해외진출에 대한 꿈 역시 갖고 있다. 물론, 미국 진출까지 수많은 관문과 난간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예정이다.
“사실 제가 아직은 신인이라 미국 진출이라는 게 굉장히 크게 다가와요. 해외 진출도 좋지만 좋은 음악을 하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싶어요. 어떤 미국 가요계 관계자분이 제 데뷔곡 ‘사인’을 듣고 영어버전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의견을 내주셨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영어버전을 프로젝트 앨범으로 발매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좋은 곡들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누군가는 그를 통해 ‘아이유’를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디는 독보적인 자신의 색깔과 음악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다. 우리가 제2의 아이유가 아닌 신예 여성 솔로 뮤지션 아이디의 성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가수로서 아이디가 아닌 아티스트로서의 아이디였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제작하는 프로듀서도 해보고 싶고, 다방면으로 하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에 아티스트 아이디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디선가 제 이름을 말했을 때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아이디가 될게요.”

가수 아이디(Eyedi)가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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