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성과연봉제도 흔들, 금융개혁도 물 건너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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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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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애신·문지훈기자 =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금융개혁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변화를 통해 혁신적인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자는 게 골자인데, 최순실 국정 개입 논란으로 국정이 멈추며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노사 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성과연봉제 도입은 법정 싸움으로 확대됐다. IBK기업은행 노조는 성과연봉제 적용에 반발, 지난달 6일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7일에는 '성과연봉제 도입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한 금융 공기업 노조 역시 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업계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성과연봉제 도입이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은행 사외이사가 도입을 결정하기 어려운 데다 사측이 사외이사를 설득할 근거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민간 은행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도 자체가 민간 금융사가 아닌 정부 주도로 추진된 만큼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이 삐걱 거리면서 다른 금융개혁들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월별 가입금액 추이 [사진=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


지난 3월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만능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출시 8개월이 안돼 열기가 식었다. 가입자는 지난 3월 120만4225명, 5월 36만2860명, 7월 1만7429명, 9월 5886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깡통 계좌도 속출하고 있다.

ISA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개인의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통해 재산 형성을 지원하는 취지로 도입된 절세 계좌다. 한 계좌에서 펀드, 파생결합증권, 예·적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 편입한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시장의 외면을 받는 것은 수익률 대비 체감 절세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5년 간 유지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 크라우드펀딩은 올해 1월 허용된 이후 10월까지 월 평균 10개 업체가 평균 1억6000만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한 기업에 200만원까지, 1년에 500만원까지 투자 가능하다는 규제 탓이다. 

핀테크 산업의 핵심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아직 걸음마도 못 뗐다. 지난 9월 1차 테스트베드를 완료했고 내년 상반기 2차 테스트가 예정돼 있다. 서비스가 도입되면 자문 인력을 대체해 방대하고 객관적인 투자 정보를 낮은 수수료로 제공할 수 있다.

금융개혁 핵심 법안도 국회에 발이 묵여 있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17일부터 24일까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크라우드펀딩 광고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거래소를 유가증권·코스닥·파생상품시장 등 자회사 형태로 분리해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세부 사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1년 넘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한 은행법(은산분리법)도 주요 안건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KT의 'K뱅크'와 카카오의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인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올해로 미뤄졌다. 문제는 올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 중 오랜 관행을 깨드려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시장 파악을 잘못했거나 규제 철폐를 외치며 또 다른 규제를 만들고 있다"면서 "최순실 사태가 마무리돼야 금융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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