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하야도 퇴진도 없다”고 버티던 박근혜 대통령이 “차라리 탄핵을 하라”며 막장 배수진을 치고 ‘버티기’ 장기전에 돌입했다.
국민과 약속했던 검찰 수사도 거부하고, 국회추천총리 제안도 사실상 철회한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과 특별검사 수사에 대비하며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애초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해 직접 특검법 등을 의결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근 검찰의 피의자 입건으로 파문이 확산하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국무회의를 통과한 특검법과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재가했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앞으로 한 달 이상 가량의 시간을 확보하는 셈이다. 이 기간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의 공소장을 기반으로 방어 법리를 갖추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4-5명의 변호인단도 꾸렸다.
동시에 박 대통령은 당분간 국정 전면 복귀 시계를 늦추며 ‘로우키’ 국정 운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으로서 헌법적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며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필사의 의지다.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공식 일정은 자제하면서도 외교·안보·경제 등 필요한 범위에서 국정을 챙겨갈 예정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음 달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참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장기전으로 몰고 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박 대통령은 앞으로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쳐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고, 고강도로 진행될 특검과 국정조사에선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골치 아픈 대목 중 하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다.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를 이끈 김 전 실장의 재임 기간에 최 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상당 부분 불거졌다는 점에서 김 전 실장에 대한 직접 수사를 통해 추가 의혹이 드러나거나 박 대통령의 역할이 확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무누이다.
"최순실을 전혀 모른다"는 김 전 실장의 주장과 달리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실장의 소개로 최 씨를 만났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최씨 일가와 이미 30년 전에 알고 지냈다는 증언도 나온 상황이다. 최씨 일가의 주치의격인 차움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월호 7시간’ 의혹도 박 대통령에게는 또 다른 뇌관이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에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대통령이 왜 그 날 관저에 있었는지, 왜 서면보고를 고수했는지는 생략했다.
JTBC는 21일 보도에서 세월호 참사 전후 당시 차움병원 의사였던 녹십자 아이메드 김상만 원장이 아닌 또다른 의사 2명이 박 대통령을 대리 진료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화일보는 22일 청와대가 제약업체 녹십자에서 최근 2년여 동안 태반주사·감초주사·마늘주사 등 2000여 만 원의 약품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죄 및 형법 제268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박 대통령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갈수록 커져가는 의혹 속에서도 계속되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마이웨이 행보는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전 국민적 분노의 응집으로 오는 2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5차 촛불집회에는 최대 300만명의 인파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주최측인 퇴진행동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200만명에서 30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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