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속에 희생되는 소년의 순수함, 그 스러져간 붉은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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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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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9~10 인천시립무용단 <하아얀 소년>

아주경제 박흥서 기자 =우리 시대의 명작 희곡 ‘오장군의 발톱’을 무용극으로 새롭게 창작한 인천시립무용단의 신작 <하아얀 소년>이 12월 9일부터 10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태양이 웃고, 나무가 걸어 다니고, 소가 인간을 사랑하는’, 원작에 가득한 우화적 표현이 춤과 만나 더욱 강력하게 그 메시지를 발화한다.

전체주의와 폭력적 구조 속에 바스라져간 개개인의 삶을 한 소년군인의 모습을 통해 그려낸 <하아얀 소년>은 꿈결 같은 평화와 폭압적 전쟁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인간의 자유와 행복의 실체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두메산골 깊은 곳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던 오장군이 전쟁에 차출되며 그 순수가 이용당하고 짓밟히는 과정을 낱낱이 그려낸 작품 <오장군의 발톱>. 인천시립무용단의 제80회 정기공연 <하아얀 소년>은 이 명작 희곡의 서사를 새로운 14개의 춤 장면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소년’의 이름으로 치환된 주인공은 원작에서 한 걸음 나아가 소년병의 그림자가 덧입혀져 그 순수성과 희생이 더욱 돋보인다.

전쟁 논리 속에서 개인의 삶이 파괴되는 폭압적 모습을 우화적 상징과 아이러니한 상황 제시를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 본연의 순수를 춤으로 그려낸다.

인천시립무용단은 그간 <풍속화첩-춘향>, <눈으로 듣는 동화> 시리즈 등 을 통해 극화된 춤 연기를 다양하게 선보여 왔으며 지난 해 <가을연꽃>을 통해 절제되면서도 세련된 춤연기의 폭을 넓혔다.

작품 <하아얀 소년>은 희곡에 기반한 단단한 서사를 중심으로 인천시립무용단의 장점으로 손꼽히는 극적 표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특히 전통의 현대화에 지속적 관심을 갖고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등의 작품을 발표한 최성신이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인천시립무용단 특유의 연기력에 뮤지컬의 문법을 차용한 연출이 더해져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또한 최근 국립창극단 <오르페오>를 비롯해 수많은 연극 작품 등을 통해 서사가 살아있는 작곡가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황호준이 작곡 및 음악감독으로 합류하여 작품의 음악적 부분을 책임진다.

10인조 라이브 연주와 함께하는 음악 자체로서도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주요배역인 소년과 그의 짝 달래 역에는 각각 ‘박상현-유나외’, ‘김철진-김윤서’가 캐스팅되었다. 이 외 엄니 역에 임승인, 이화신, 소년의 친구이자 소인 ‘흰둥’ 역에 유봉주가 각각 캐스팅 되었다.

이번 캐스트는 인천시립무용단의 그간 작품에서 성실히 실력을 쌓아온 주조역들로 <하아얀 소년>을 통해 인천시립무용단의 새로운 얼굴로 거듭날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주역으로 선발된 무용수 박상현은 소년의 순수함 그 자체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무용수로, 그 우직한 순수성으로 관객들에게 진심을 담은 춤을 선사한다.

인천시립무용단의 전작 <가을연꽃>에서 ‘임경업 장군’역을 소화하며 작은 체구 속 거대한 열정을 무대에 뿜어내었던 김철진은 올해 소년 역을 맡아 더욱 다져진 춤으로 순수에서 피어난 소년의 갈등과 고뇌를 표현한다.

소년의 짝 달래역의 유나외는 인천시립무용단의 명실상부한 주역무용수로 그간 ‘춘향’, ‘검의 혼’ 등 무용단의 주요 배역을 연속으로 소화하며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를 보였다. 이번 달래역으로 인내와 포용을 담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춤추어낼 것이다.

또 다른 달래역의 김윤서는 드라마틱한 표현력과 섬세한 춤이 일품인 무용수로 손꼽혀왔으며 그간의 부상을 딛고 주역으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뛰어난 캐릭터 해석으로 인천시립무용단의 주요공연에서 다양한 역할을 도맡아왔던 유봉주와 이정희의 ‘소’ 역할도 원작의 소 배역 못지않은 웃음과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살아남기 위해 덮어야만 했던 순수한 빛, 비뚤게 그려낸 우리의 자화상을 12월, 인천시립무용단 <하이얀 소년>에서 확인해보기 바란다.
 

인천시립무용단 <하아얀 소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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