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건설의 박창민 사장(왼쪽)과 임경택 부사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이 1년 사이에 연이어 회계 부정 문제로 곤혹을 치른다는 건 대우건설 내부와 구조조정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 내부의 회계 관련 컨트롤 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비판이 나온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14일 대우건설이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대해 충분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견거절을 제시했다. 국내 대형 건설업체가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것은 흔치 않은 예로, 이는 감사의견(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중 최하의 판정이다. 만약 연말 제출하는 사업보고서까지 거절로 확정 되면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한다.
특히 이 정보가 유출돼 공매도까지 급증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면서,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 14일(종가 기준) 6730원에서 18일 5250원으로 무려 20% 이상 공중분해됐다.
대우건설은 작년 4000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 논란으로 중징계를 받는 등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산업은행은 부행장 출신을 대우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보내 대우건설의 재무와 인사, 리스크 관리 등 사실상 경영 전반을 컨트롤 하고 있다. 직접적인 채널은 산업은행 사모펀드실(과거 PEF실)이다. 현재 CFO는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의 임경택 부사장이다. 대내적으로는 박창민 사장이 회계 문제에 대한 최종 책임이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도 관리·감독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우건설은 회계 감사 의견거절 사태 직후 해명자료를 내고 "충분한 자료를 마련하는 데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산업은행과 대우건설로 이어지는 회계 관리·감독의 라인업을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는 PEF(사모투자펀드)지 산은이 아니다"라며 "최대주주가 회계 및 재무에 개입하는 것은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CFO를 비롯해 일부 산은 출신이나 관계자들이 대우건설에 파견돼 있지만 대우의 영업활동에 제약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론적인 얘기다. 대우건설은 PEF의 투자형태긴 하지만 이번 PEF는 일반 사모펀드와는 달리 산업은행이 100% 출자한 펀드다. 대우건설이 사실상 산업은행의 자회사란 얘기다. 산은이 대우건설 조기 매각에 나선 것도 비금융 자회사의 적기매각 원칙 때문이란 점을 감안하면 관계자의 말은 거짓이다.
안진회계법인이 의견거절을 한 것과 관련해 한 M&A 전문가는 "안진회계법인과 대우건설은 모두 분식회계로 트라우마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안진 측은 상황 상 당연히 대우건설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중징계 경험이 있는 대우건설도 이에 적극적으로 응했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대우건설은 매각을 앞두고 주식 가치가 점점 바닥을 다지며 위기에 봉착해있다"며 "최대주주가 재무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평시일 때 논리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도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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