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잇따른 인도 연기에 ‘몸살’…‘드릴십 트라우마’ 생기나

  • 저유가 기조 속 발주처도 고육책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잇따른 인도 연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8일 채권단으로부터 2조8000억원의 추가 지원(자본확충)을 받으면서 법정관리를 면했지만 계속되는 악재로 코너에 몰렸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소난골 드릴십 인도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 다른 드릴십 발주처가 인도 연기를 요청했다.

발주처는 미주지역 시추업체인 앳우드 오셔닉으로 이 회사는 2012년 9월과 2013년 6월 대우조선과 드릴십 2척에 대해 12억 달러(각 6억 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두 건 모두 드릴십 계약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드릴십은 수심이 깊거나 파도가 심해 고정된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는 해상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선박 형태의 시추 설비를 말한다.

저유가 기조 속에 발주처가 인도 일자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조선업계가 타격을 입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추가 인도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유가는 하반기 들어 배럴당 40∼50달러 박스권에 갇힌 채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앳우드 건도 원래 작년과 올해 인도할 예정이었지만, 이미 두 차례나 날짜를 연기했다. 현재는 2017년 9월과 2018년 6월에 각각 인도하기로 한 상태다.

이 회사는 원래 내년 드릴십을 인도받는 대로 브라질 시추사업에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고객사의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서 투입 시기가 2018년 하반기로 미뤄졌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앳우드 드릴십 인도 연기와 관련해 “연기 요청이 들어온 것은 맞다”면서 “현재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대우조선은 드릴십 2척의 잔금 약 4억 달러(약 4700억원)를 아직 받지 못했다.

대우조선은 일부 대금을 미리 받는 등 인도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을 보상받는 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대의 잔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소난골 프로젝트 해결을 위해서는 현대상선 회생 협상을 담당했던 마크 워커가 다시 기용된다.

미국의 채무조정 전문회사 밀스타인 소속 변호사인 그는 지난 6월 현대상선 회생의 관건이었던 22곳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을 성사시켰다.

소난골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척 건조 계약으로 계약 규모만 해도 12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미 시운전까지 마친 상태인데 소난골이 자금난을 이유로 4개월째 인수를 미루면서 잔금 9억9000만 달러(1조1600억원)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과 채권단은 일단 7억7000만 달러만 받고 2억2000만 달러는 2척의 드릴십을 임대해 갈 원유시추업체(특수목적회사·SPV)의 지분으로 받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여전히 협상은 답보 상태다.

수주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이 소난골 드릴십의 인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 4월부터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와 맞물려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내년 4∼11월 만기가 도래하는 대우조선의 회사채 규모는 9400억원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저유가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도 지연이나 계약 파기가 추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은 오는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산업은행의 일부 지분 소각과 일반주주 지분의 10대 1 감자를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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