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의 행복한 경제] 한일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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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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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소설이 지나가니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요즘 분노, 무기력, 박탈감, 자괴감 등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편의점과 마트의 술 매출이 증가하고 있단다.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당선으로 내년 우리 수출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서도 누군가는 냉철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수를 잘 둬야 한다. 바둑에서 초읽기에 몰린 경우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수순을 그르치는 것이다. 시간이 없고 다급하기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수를 두기가 쉽다. 하지만 바둑에서 수순이 뒤바뀌면 승부가 뒤바뀐다.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에서 총리 지명 후 비서실장 임명으로 이뤄진 수순을 비서실장 임명 후 총리 지명으로 바꿔서 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양국의 대표가 서명하는 날이다. 한국과 일본이 갖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협정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말도 때와 장소가 맞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되거나 없어져 버린다. 한일 군사정보협정도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다.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 위안부 등 우리 국민들의 감정을 민감하게 건드리는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런 문제들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이슈는 군사협정이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이 역시 수순이 뒤바뀐 것으로 판단된다.

한일FTA가 더 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나라의 먹거리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더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에서 한일FTA를 논의하고 검토했던 역사는 이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일FTA 협상은 2003년 12월 당시 참여정부 시절에 시작된 바 있지만, 농산품 및 가공품에 대한 관세 폐지 등의 문제로 2004년 11월 협상이 중단된 바 있다. 그리고 나서, 2005년 말 한미FTA가 추진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FTA 체결의 여러 원칙 중 하나는 지리적 거리가 먼 나라(미국)에서 시작해서, 중국 일본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의 순서로 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4년에 최초로 발효된 FTA는 남미의 칠레와 맺었던 한-칠레FTA였다. 한미FTA는 2007년 체결 후 2012년 3월 발효되었고, 한중FTA는 2015년 6월 체결 후 12월 발효되었다. 이제는 중단된 일본과의 FTA 협상을 재개할 때다. 일본은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으로 우수한 인력이 부족하다. 우리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다. 일본은 부품과 소재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우리는 ICT(정보통신) 산업에서 경쟁력이 있다. 자동차, 철강, 농업 등이 일본에 밀려서 손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자신감이 넘친다. 한일 양국의 자동차나 전자 제품의 가격과 품질을 고려한다면 과거처럼 일제(日製)를 두려워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미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 1, 2위의 경제대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본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일본에서의 한류 붐도 자유무역협정의 체결과 경제적 효과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최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우리와 중국의 외교 관계가 옛날처럼 부드럽지 못하다. 관광, 문화콘텐츠, 상품교역 등 한중 경제협력도 껄끄러워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중국이 활용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우리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요즘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의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 역시 우리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한일FTA는 새롭게 검토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차원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생각이다.

흔히 주식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매매 시점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하지만 주식만 그런 것은 아니다. 경제든 정치든 무엇이든 때가 중요하다. 사서(四書)의 하나인 《중용》에 ‘시의적절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시중, 時中)이야 말로 바람직한 중용의 모습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시절 인연’, 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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