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삼성 합병' 뇌물죄 관련 수사 속도… 문형표 前장관 소환 조사

문형표 전 장관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일가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뇌물죄'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0·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삼성이 최씨 측을 후원하는 대가로 청와대 측이 '삼성 합병'에 도움을 준 게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다. 대가 관계가 인정되면 최씨 등에게 적용될 혐의가 달라질 수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4일 오전 10시부터 문 전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 전 장관은 2014년 7월 국민연금공단이 비정상적 절차를 거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당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찬성 의결 과정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문 전 장관을 상대로 찬성 의결이 이뤄진 경위와 이 과정에서 청와대 등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삼성 측과 사전에 모종의 교감이 있지는 않았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조사 시작 직전인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선 문 전 장관은 취재진을 만나 "조금 당혹스럽다. 저는 합병 과정에 개입할 수가 없다"면서 "그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하는 것이고, 제가 의견을 드리거나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의 지시나 삼성 측과의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전혀 없다"며 "의결권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나 이사장이 역할을 하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아울러 전날 낮 12시 30분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날 새벽 4시까지 16시간가량 강도 높게 조사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외국계 헤지펀드(단기이익을 목적으로 국제시장에 투자하는 개인모집 투자신탁)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10%의 지분으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앞서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은 흡수합병 계약을 맺으면서 합병비율을 1대 0.35로 정한 가운데 이 과정에서 옛 삼성물산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는 제일모직 지분을 42.2%, 삼성물산 지분을 1.4% 갖고 있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유리한 구도를 점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저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옛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5900억원 상당의 평가 손실에도 불구하고 합병찬성 의결을 해 의혹을 샀다.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검토·의결 절차가 필요함에도 이를 건너뛰고 같은 해 7월 10일 홍 전 본부장이 주도하는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독자적으로 찬성표를 던져 합병안 승인을 끌어냈고 이 과정에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합병 반대 권고가 무시된 점이 문제가 됐다.

일각에선 당시 합병 찬성 의견을 주도한 홍 전 본부장을 경질하려 했으나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 문 전 장관이 청와대 등 윗선의 지시라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울러 검찰은 김종(55·구속)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무산시키기 위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박태환 측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박태환 측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지난 5월 25일 박태환 소속사 관계자,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함께한 자리에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언을 했다.

당시 박태환 측이 작성한 녹취록에서 김 전 차관은 "기업 스폰서 등 뭐 그런 건 내가 약속해줄 수 있다"면서 "단국대학교 교수 해야 될 것 아냐.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라며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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