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서울 용산구가 휴양시설 확보 차원에서 제주도 내 100억원대 건물과 땅을 사들이며 형식적 행정절차 및 건축물 부실, 잦은 손 바뀜 물건 등 여러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본보 7월 11·14·29일자 23면 보도) 이번에는 용도를 둘러싸고 잡음이 크다.
당초 용산구는 구민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욕구 충족을 가장 우선 순위로 고려해 휴양소를 짓겠다고 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다. 하지만 최근 갑자기 유스호스텔로 둔갑돼 이 시설은 향후에 이용 순위를 정할 때 구민보다 전국 청소년 대상의 수련활동이 앞선다.
27일 용산구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구 공유재산관리기금 75억여 원을 투입해 제주 서귀포시 하원동(1697) 내 유스호스텔 부지와 건축물 2개동을 매입했다. 연내 설계를 완료하고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4월께 정식 문을 열 계획이다. 앞서 휴양소에 대한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공유재산심의 등 내부 절차는 '일사천리'로 마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부동산은 최근 10년 동안 수 차례 소유권 이전 및 압류, 임의경매를 거쳐 신탁까지 설정되는 등 각종 우려가 제기됐다. 심지어 외부기관의 타당성 조사 연구에서는 준공된 지 7년을 지내면서 전혀 개보수를 거치지 않아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어느 하나 의문점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시설의 용도가 도마위에 올랐다. 구는 올해 6월 구의회에 보고하며 '구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여가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추진 배경을 알렸다.
다음달 주민 설문까지 마무리하고 제주도 내 후보지 26곳을 둘러본 뒤 '차곡차곡 쌓은 공유재산관리기금 약 80억원을 쓰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재)한국산업관계연구원이 맡은 타당성 조사에서도 '구민을 위한 휴양소 확보가 시급하다'고 재차 확인시켰다.
이런 일련은 과정은 지난달 18일 '용산 제주유스호스텔 설치 및 운영 조례 제정조례안' 입법예고로 한 순간에 뒤바뀐다. 이로 인해 시설의 이용은 △1순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 및 가급 학교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수련활동 △2순위 여행 청소년 또는 청소년을 포함하는 가족 단위 △3순위 서울 용산구민 등으로 구민들은 경합 때 마지막으로 밀리도록 됐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100억원 짜리 부동산 매입 프로젝트'를 서둘러 종결짓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일반적으로 휴양소는 관광숙박업 등록이 이뤄지는데, 관할 지자체로부터 허가 및 준공을 거치는데 평균 수 개월이 걸린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관광숙박업 등록을 위해서는 면적에 따라 주차장 및 정화조 용량 등 설비의 검토와 함께 준공을 받아야 한다"라면서 "최종적으로 담당 공무원의 내부 확인을 거치는 등 규정에 맞게 처리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만일 예정대로 용도를 바꾼다면 리모델링에 들 비용을 연내 지출하기 사실상 불가, 일정이 내년으로 넘어갈 땐 구의회 재심의 등 상당한 시일이 지체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용도인 유스호스텔로 유지하면 소유권 이전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해 대외적인 걸림돌은 전혀 없는 셈이다.
용산구 정윤권 휴양소건립팀장은 "구민뿐만 아니라 관내 학생들도 편히 찾을 수 있도록 한 취지"라며 "사전 구민들만 대상으로 한 이용률은 전체 객실의 40% 수준을 넘지 못했다. 유스호스텔은 정부 부처에서 전국 학교로 추천해 이용률 향상에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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