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유럽의회가 지난 7월 터키에서 발생한 쿠데타 이후 터키의 인권 상황과 민주주가 악화되고 있다며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잠정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24일 표결에서 찬성 479표, 반대 37표, 기권 107표 등 압도적으로 터키의 EU 가입 협상 중단을 가결했다.
이번 의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징적인 조치다. 다만 이 같은 결과는 EU와 터키 관계가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이미 10년 이상 끌어온 터키의 EU 가입이 계속 지연될 수 있음을 신호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오메르 셀릭 터키 유럽연합(EU) 담당 장관은 즉시 이 결과를 두고 정치적 동기로 인한 것이라며 유럽이 외국인 혐오증을 보이고 있으며 쿠데타 이후 에르도안 정부가 직면한 위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터키의 EU 가입 논의는 올해 3월 터키가 그리스로 들어오는 난민을 막아주기로 합의한 이후 진척되는가 싶었지만 쿠데타 이후 사후 처리 과정에 대해 EU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협상은 진척되지 않고 있다.
EU는 최근 터키가 반대파 숙청, 언론 탄압, 사형제 재도입 등을 거론하면서 법치주의가 훼손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다만 EU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와의 전투에서는 터키와 공동 전선을 꾸리고 몰려드는 난민 제한을 위해 터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EU와 터키 모두 섣불리 서로에게 등을 못하고 있지만 터키의 EU 가입 노력은 부질없다는 의견이 형성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영국의 EU를 탈퇴하면 EU와 이웃국 간 관계가 새롭게 형성되어 터키에 우호적인 상황이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