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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시장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면서 900조원에 달하는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은 시장금리 움직임을 빠르게 반영하기 때문에 서민들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현재 상황에서 이자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295조8000억원으로 이후 은행권 대출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130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전체 대출의 70% 수준이다. 전체 가계부채 1300조원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이 910조원에 이르는 것이다.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 상승 충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0.25%포인트 오르게 되면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연간 2조원이나 불어난다. 더욱이 금리 상승 추세에 따라 시장금리가 1%포인트 넘게 뛸 경우 이자 부담은 무려 연간 10조원이나 더해진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국내 시장금리는 급격하게 인상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대선 이후 주요 시중은행 변동금리 대출이 보름새 2~3% 수준에서 3~4% 수준으로 뛰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금리는 당분간 계속 상승할 전망이다.
변동금리 뿐만 아니라 고정금리 대출 역시 일부 피해가 불가피하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시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상품이 절반 가량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에는 3년형·5년형 두 종류가 있는데 5년형은 고정금 대출 실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시기가 시장금리 인상과 맞물릴 경우, 이자 부담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이나 생계비로 사용하는 자영업자, 취약계층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담보인정비율(LTV) 적용에서 제외되는 데다 대부분 변동금리여서 금리 상승에 더욱 위험하다.
늘어난 이자 상환 부담으로 저소득층, 자영업자, 고령자 등이 피해를 입게 되면 우리 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과도한 빚 상환은 소비를 제약시키기 때문에 내수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계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가 내년 소비 성장률을 0.63%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빚 상환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국민들이 소비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선임연구원은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지속해 채무부담을 경감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의 연착륙과 가계소득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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