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다르게 판단하고, 보고, 해석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 작품에서 감동을 느끼고 다른 이들은 또 다른 작품에서 감동을 느끼지요."
전 세계 광고·미술·패션계를 아우르며 최고의 아티스트로 인정받은 데이비드 라샤펠(53·미국)이 한국을 다시 찾았다. 지난 2011년 서울 예술의 전당, 2012년 부산 벡스코 전시 이후 5년 만이다.
아라모던아트뮤지엄(대표·총감독 최요한)은 내년 2월 26일까지 데이비드 라샤펠의 사진전 '인스케이프 오브 뷰티'(INSCAPE OF BEAUTY)를 선보인다.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기획으로 접근한 이번 전시는 라샤펠의 작품 180여 점을 4개 층(2314m²)에 걸쳐 소개한다. 특히 작품의 압도적 크기, 컴퓨터그래픽(CG)과 포토샵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실사'라는 점 등으로 라샤펠전은 전시 개막일인 지난 19일 이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라샤펠은 독특한 극사실 미에 심오한 사회적 메시지를 혼합하는 것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1980년대 뉴욕 갤러리에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사진가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으며,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1928~1987)의 총애를 받아 매거진 '인터뷰'의 포토그래퍼로 활약했다. 그가 당시 촬영한 유명인들의 사진은 미국 사회에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이끌어 냈고, 그는 이를 발판으로 보그, 배니티페어, 롤링스톤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매체들과 작업하며 인상적인 광고 캠페인들을 제작했다.
라샤펠은 그를 일으켜 세운 워홀뿐만이 아니라 무하마드 알리, 랜스 암스트롱, 데이비드 베컴, 안젤리나 졸리, 리어나도 디카프리오, 마이클 잭슨, 마돈나, 레이디 가가, 에미넴, 제이지, 칸예 웨스트 등 유명인들과 세대를 넘나들며 작업했고, 더 나아가 뮤직비디오·라이브 공연·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서의 명성도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 2006년 라샤펠은 상업성 짙은 작업을 축소하는 대신 순수예술 사진에 집중함으로써 그의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했으며, 이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전 세계 주요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등에서 전시돼 왔다.
얼핏 보면 인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은 실제로는 CG·포토샵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직접 모든 세트를 제작해 촬영됐다.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인 '비너스의 재탄생'(Rebirth Of Venus)은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에서 진행된 기획전 '보트첼리 리이매진'에 출품된 작품들 중 가장 주목 받은 것으로, 열대 우림 절벽에서 온종일 촬영해 모델들의 피부가 까맣게 탄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랜드 스케이프'(Land Scape) 시리즈는 디지털 조작이나 편집 효과 없이 재활용품과 공산품으로 제작한 모형을 캘리포니아에 설치해 촬영됐다. 이 중 '에메랄드 시티'(Emerald City)의 실제 세트가 전시장에 재현돼 눈길을 끈다. 또한 가로 길이만 7m에 달하는 작품 '델루지'(Deluge)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만하다.
최요한 총감독은 "광고·패션·순수예술 등 198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라샤펠의 거의 모든 것을 담은 방대한 전시이기 때문에 작가 본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작품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감을 삭제하는데 역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또 "인간의 탐욕, 과대망상적 소비 등 인류가 짊어져야 할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는 이 전시를 통해 우리가 얻을 것과 버려야 할 것 그리고 유지할 것은 무엇인지를 고찰해보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라샤펠전 관련 자세한 사항은 아라모던아트뮤지엄 누리집(aramuseum.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732-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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