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달리고 싶었던 적토마 이병규, 은퇴 앞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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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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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트윈스의 이병규 선수가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경기장에서 은퇴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전성민 기자 =“하루 하루 보내면서 오늘은 은퇴해야겠다, 내일은 선수 해야겠다 오락가락했다. 나도 가족도 힘들었다” ‘적토마’ 이병규(42)가 힘겹게 은퇴를 결정했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의지가 강했지만, 은퇴라는 벽이 결국 적토마를 멈춰 세웠다.

LG는 25일 “시즌 종료 후 거취를 놓고 고심했던 이병규는 구단의 보류선수 명단 제출 마감일을 하루 앞둔 24일 LG에 은퇴 의사를 밝히고 20년 현역 생활을 마감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같은날 잠실구장에서 이병규는 자신의 심정을 드러냈다.

자신의 핸드폰에 적어온 메시지에는 이병규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병규는 “저에게 과분한 사랑을 주신 팬들, 17년 동안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그 응원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 구단에 감사하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던 가족들에게는 미안하다. 건강하게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다치지 말라고 챙겨주신 트레이너, 프런트 직원들, 전력분석 요원들에게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다. 감사하다”고 고개 숙였다.

이어 이병규는 “일본에서 돌아오면서 결심한 게 있었다. 후배들에게 밀리면 무조건 옷 벗자, 창피해하지 말자 그런 생각 제일 많이 했다. 지금도 말씀드리면 안 질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아쉽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렇게 됐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LG트윈스로 1차 지명으로 1997년 입단한 이병규는 프로 17시즌 통산 1,74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1리(6,571타수), 2,043안타, 972타점, 161홈런, 992득점, 147도루를 기록했다.

살아 있는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선수다. 받은 상과 남긴 기록은 화려하다. 타격왕 두 차례와 최다안타 타이틀을 4번 차지했고, 1999년 잠실구장 최초로 ‘30홈런-30도루’를 기록했다. 골든글러브도 외야수 부문 6회 지명타자 1회를 수상했다.

2013년에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타율 3할4푼8리로 역대 최고령 타격왕에 오르며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그 해 7월5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최고령(만38세8개월10일) 사이클링히트를, 7월10일 잠실 NC전에서는 10연타석 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이병규의 팀 내 입지는 좁아졌다. 2014 시즌 62경기, 2015 시즌 54경기에 출전했던 이병규는 2016 시즌 단 1타석에 섰다. 잠실구장에서 한 번 더 마음껏 뛰고 싶었던 이병규의 아쉬움이 더욱 컸던 이유다.

이병규는 “진심으로 말씀드리면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 늦어졌다. 선수 욕심이 더 있었다. 고심한 끝에 어제 저녁에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원했던 방식으로 유니폼을 벗지는 못했지만, 진한 아쉬움 속에서 선택을 했다.

이제 그의 앞에는 제2의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이병규는 “지금까지 많이 배운 것을 후배 선수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부족하지만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며 아직은 막연한 자신의 미래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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