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오진주 기자 = 1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주택 매매가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7개월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4구 아파트는 대책 발표 이후 평균 2000만~3000만원씩 호가가 빠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 24일 강화된 집단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자 분양시장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7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11월 마지막주(20~25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제로(0)%를 기록했다. 대책이 나오자 전주(0.02%)에 이어 상승폭이 둔화된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의 오름세가 중단된 것은 지난 3월 첫째 주(0.0%) 이후 37주 만에 처음이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0.25% 하락하면서 지난주(-0.20%)보다 하락 폭이 커졌고 일반 아파트는 0.04%로 지난주(0.06%)보다 상승 폭이 둔화됐다.
특히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관리방안, 대외경제 불확실성, 금리 인상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강남권 주택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는 11월 들어 한 건도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한 공인중개업소들이 많았다.
송파구 잠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월에 매맷값이 15억3500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잠실주공 5단지 3 115㎡(옛 35평)이 열흘 전 2억원 가량 떨어진 13억3000만원에 거래됐다"며 "11월에 딱 한 건 거래했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역시 거래가 중단된 상황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1월엔 한 건도 거래를 하지 못했다"면서 "매도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이 전체적으로 한 달 전보다 1000~2000만원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1억원 이상 빠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11월말과 12월 초 선보이는 아파트 청약결과가 분양시장 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시장이 향후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모델하우스를 공개한 현장이 전국적으로 30여 곳에 달하고, 내달 2일 오픈할 현장도 13곳에 이른다.
서울에선 △경희궁 롯데캐슬(195가구)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655가구) △신촌그랑자이(1248가구) △연희파크푸르지오(396가구) △래미안아트리치(총1091가구)등 7개 현장이 문을 열었다. 이들 모델하우스에는 실수요자 방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주말 사흘동안 10만여명이 내방객이 찾았다. 실제 청약경쟁률까지 나와봐야 대책의 영향을 가늠할 수 있겠지만 일단 방문객들의 발걸음은 크게 줄지 않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1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후 세대주가 아니면 청약을 못 하는 등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이 됐다"면서 "하지만 실수요자 중에서도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은 청약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청약 경쟁률 보다는 계약이 순조롭게 잘 되느냐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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