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기록 아닌 권력과 싸워야 했던 박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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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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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성민 기자 =수영 선수 박태환은 지난 5월 큰 파도를 맞닥뜨렸다. 권력이라는 파도는 생각보다 거셌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박태환에게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강행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협박했다.

동시에 김종 전 차관은 자신의 기준에 가치 있는 보상들을 박태환에게 제시했다. 대학교수, 기업의 스폰서, 광고 등. 자신의 권력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들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박태환은 이를 거절하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선택했다. 박태환은 지난 21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 후원이나 대학 교수 관련된 얘기가 나왔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박태환에게 김종 전 차관의 달콤한 말들은 고민할 가치가 없는 것들이었다.

박태환에게는 수영선수로서의 명예회복이 가장 중요했다. 박태환의 아버지인 박인호씨는 지난 6월 “태환이는 6세부터 22년간 수영했다. 한국 수영이 상상도 못했던 일을 현실화시켰다.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안 따고의 문제가 아니다. 명예가 중요하다”며 기자회견장에서 통곡했다. 아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버지는 오열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대한체육회 대신 박태환측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박태환은 우여곡절 끝에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성적은 이전 올림픽보다 좋지 않았지만, 눈에 보이는 순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큰 파도를 뚫고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2014년 도핑 양성 반응으로 올해 초까지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은 최근 또 하나의 짐을 덜었다. 대법원은 지난 25일 박태환에게 금지약물 네비도(Nebido)를 투약해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병원장 김모(여)씨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금지 약물인지 몰랐다는 박태환의 주장이 인정 받은 것이다. 모진 파도를 여럿 견뎌낸 박태환이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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