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제작 과정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역사학자들이 대거 반대에 나섰는데도 청와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대표 집필진이 공개되자마자 사퇴하는가 하면 비판이 커지면서 공개를 약속했던 집필자나 집필기준도 발표하지 못해 밀실 제작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높아졌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비판 여론은 지난 4월 총선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여당이 참패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현대사에는 당초 알려진 대로 법학, 북한학, 경제학, 정치학, 군사학 등 전문 분야 학자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선사, 고대 분야에는 신형식 이대 명예교수, 최성락 목포대 교수, 서영수 단국대 명예교수, 유명철 동국대 교수, 고려시대는 박용운 고려대 명예교수, 이재범 전 경기대 교수(현 국편 위원), 고혜령 고전번역원 이사(전 국편 편사부장), 조선시대는 손승철 강원대 교수(국편위원), 이상태 국제문화대학원대학 석좌교수(전 국편 사료조사실장), 신명호 부경대 교수, 근대는 한상도 건대 교수(국편 위원),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전 국편 사료연구위원), 김권정 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현대는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법학), 유호열 고대 교수(국편위원, 북한학),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외과 교수, 나종남 육사 군사학과 교수가 맡았다.
경제학자 중 참여한 김승욱 중앙대 교수와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경제발전 중심의 현대사 서술을 주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승욱 교수와 김낙년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로 현대사 부분의 편향성을 주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사는 이주영 건대 명예교수, 허승일 서울대 명예교수, 정경희 영산대 교수(국편위원), 윤영인 영산대 교수, 연민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현장 교원은 선사 고대 분야에 우장문 대지중 수석교사, 고려시대는 김주석 대구 청구고 교사, 유경래 경기 대평고 교사, 조선은 정일화 전 강원 평창고 수석교사, 근대는 최인섭 충남 부성중 교장, 근현대는 황정현 충남 온양한올중 교사, 세계사는 황진상 서울 광운전자고 교사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는 민주화운동에 대해 경제․사회발전과정에서 국민들의 자각으로부터 비롯됐으며 민주화과정이 권위주의 정권의 장기집권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정착시키는 밑거름이 됐다고 표현하면서 유신 등 박정희 정권의 독재정치에 대해 축소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는 박정희 군부세력의 5.16 쿠테타를 군사 정변이라고 표현했으나 부정 축재자 처벌, 농어민 부채 탕감 등을 추진했다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표현했으며 유신체제 반대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고 기본권을 제한했다고 기술하기는 했으나 단순히 정치체제를 나열하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대신 '중화학공업의 육성', '새마을운동의 전개'에서 경제발전을 부각시키면서 관제 산업화에 성공한 측면을 더 강조하면서도 재벌 위주의 경제 발전에서 파생된 정경유착 등의 부정적인 측면은 간과하는 양상을 보였다.
교과서가 역대정부에 대해 공과를 균형 있게 다루고 현 정부에 대한 서술은 국정지표제시 수준으로 기술하고 박정희 정권의 경제성장 등 긍정적인 기술이 늘어난 점도 비판을 받는다.
정부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을 기반으로 이룩한 경제발전의 과정과 성과는 시기별로 서술해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에 대해 미화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낙년 교수는 “국정 교과서 집필진 참여에 대해 고민했으나 기존의 교과서가 구체적인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참여했다”며 “집필기준을 참고했지만 소신을 가지고 집필에 임했으며 고도성장과정에서 기업가의 역할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창업자세대의 기여 부분을 기술했고 노동운동 탄압 등 고도성장의 그늘도 들어 있는 등 전체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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