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유시장 패권, OPEC에서 트럼프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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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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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 클릭 아트]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현지시간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감산 이행을 위한 최종 논의를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이번 회의가 OPEC이 유가 결정력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 소재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선임 애널리스트는 CNN머니에 “이번 회의는 글로벌 시장에서 OPEC이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할 최후의 시도가 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OPEC이 가격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 에너지 무대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그는 자신의 저서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에서 “나는 미국의 풍부한 원유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왜 OPEC의 인질로 잡혀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제한했던 화석연료 채굴과 개발을 허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즉, 미국의 에너지 공급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그는 미국의 석유 수입을 금지할 수도 있다고 밝혀 OPEC에 위기감을 더했다.

미국은 수년째 에너지 자립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수입은 줄었고 천연가스와 디젤 수출은 늘었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에너지 순수입 비율은 2015년에 11.2%로 10년 간 20%p 가까이 내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빠르면 2020년이면 미국이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세계 시장에서 OPEC의 입지는 쪼끄라들고 있었다. 과거 OPEC은 인위적으로 산유량을 조절하면서 실질적인 유가 결정자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던 중 미국 셰일유 업체들이 OPEC에 도전장을 던졌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은 새로운 경쟁자를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한 전략을 짰다. 산유량을 계속 늘려서 시장 점유율을 수호하고 미국 업체들을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부메랑이 되어 OPEC을 때렸다. 사우디의 재정적자가 작년 한 해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원유 수출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OPEC 회원국들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OPEC이 감산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의 에너지 산업은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였다. 미국 에너지 업체들은 몸집을 줄이고 생산 단가를 절감하면서 저유가를 버텼다. 여기에 트럼프는 에너지 산업의 부흥을 약속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급속히 늘어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OPEC의 가격 결정권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 OPEC의 정례회의를 두고 플린은 “만약 OPEC이 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10년간 이런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OPEC이 이번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건 상관없이 결국 승자는 트럼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최종 합의가 불발되어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소비자와 기업들의 에너지 지출이 줄어들어 잉여 구매력이 커져 미국의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으며, 트럼프의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 자칫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저유가가 인플레를 제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OPEC의 감산 합의 역시 트럼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셰일유 업체들의 추가 생산을 막는 가장 큰 방해요인은 논란이 많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사실은 저유가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독립석유사업자협회의 리 풀러 부협회장은 “미국의 풍부한 자원의 혜택을 완벽하게 누리려면 유가가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OPEC이 감산을 통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면 트럼프가 원하듯 미국의 셰일유 업체들은 더 적극적으로 원유 개발과 생산에 나서고 고용도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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