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박정희 단어 20회 이상으로 긍정적 묘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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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3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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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교육연대회의 긴급분석 회견 나서

국정 역사 교과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홈페이지]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박정희’란 단어를 20회 이상 쓰면서 긍정적 의미로 많이 사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사교육연대회의가 30일 개최한 국정 역사교과서 긴급 분석 회견에서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고대사를 늘리고 현대사를 줄인 가운데 줄어든 현대사 영역에서 박정희 관련 서술은 크게 늘리는 대신 6월 항쟁이후 30년 세월은 4쪽 안팎으로 박정희란 단어를 20회 이상 사용하면서, 긍정적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며 “거의 모든 교과서에 등장하던 쿠데타 당일 군복 입은 박정희 사진이 산업현장의 박정희 사진으로 교체한 것도 이상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를 분명히 기술하면서도, 사회경제, 외교 분야에서 뉴라이트에서 공적이라고 평가했던 부분을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정부 주도의 산업화를 적극적으로 기술해 결과적으로 안보를 지키며 산업화를 하기 위해서는 유신독재가 불가피했다는 식으로까지 논리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과의 균형을 잡는다는 원칙 자체가 문제로 역사는 오히려 공과를 엄정하게 판단하고 명백하게 가려내는 역할을 하는 학문”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교과서가 학생이 공부하는 책이란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것으로 흥미, 풍부한 자료, 다양한 학생활동 안내 모두에서 낙제점이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학생 고등학생 모두에게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실을 열거하면서도 맥락을 이어서 나름의 서사를 구성하기 어려워 교사는 재미없고 배우는 학생에게는 지루한 교과서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은 가운데 수능을 치러야 하는 고등학생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그 많은 사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통스러울 듯하다”고 밝혔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공동위원장은 “261~267쪽까지 박정희를 23회 언급하고 262쪽의 경우 5회, 265쪽은 심지어 7회 등장한다”며 “경제성장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느낄 수 없는 서술을 하고 있으며 전태일의 분신은 ‘요구가 매번 묵살되자 1970년에 자살하였’던 사람으로 죽음의 의미를 축소 기술하고 있는 반면 삼성과 현대를 내세운 재벌 미화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대폭 늘었고 내용요소를 이렇게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혁명적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1년 만에 이것을 쓰고 가르친다는 것은 문명국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성호 순천대 교수는 “역사교육적 차원에서 비효율적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존 교과서에서 역사를 다각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한 다양한 보조 자료들이 대폭 축소되고 불필요하게 큰 사이즈의 이미지들이 독자의 시각을 사로잡게 만들어 놓았다”며 “무미건조한 사실나열에 불과한 본문에 비해 이미지 자료들은 저자들의 이념편향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한국역사연구회)는 “전체적으로 기존의 검정 교과서들과 다르지 않으며 최신 연구 성과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고려시대의 경우 필자 3명이 모두 은퇴한 고령의 학자들로, 최신 연구성과를 소화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고 그 가운데 1명인 박용운 교수는 그의 저서 ‘고려시대사’의 내용을 국정교과서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요한 사건의 배경과 전개과정을 축소 서술해 역사를 구조적이고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설명하지 않고 사실의 단순한 나열에 그친 반면 유난히 물산장려운동과 민립대학 설립운동은 기존 검정 교과서와 비슷하게 2쪽에 걸쳐 서술하고 있어 두 운동을 중시하던 1970년대 국정 교과서가 연상되는 지점”이라며 “의병 참가자 수, 탄압의 수 등 주요 통계도 대폭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배경식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현대사 부분은 이념적인 논쟁을 떠나서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교과서로 분량이 과도하고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인과적인 설명이 누락된 사실의 단순 나열, 정치와 경제사 부분의 과도한 서술과 사회·문화·생활사 비중의 축소, 비판과 반성 없는 찬양 일색의 편협한 서술 논조가 드러나 있다”며 “현대사 부분 서술만 놓고 보면 역사교과서가 아니라 반공과 안보라는 냉전논리에 입각한 국방부의 ‘정훈교재’와 같고 안보와 반공의 거듭된 강조로 민주공화국의 시민 양성을 위한 인권, 평화, 민주와 관련된 중요 사건을 서술하지 않거나 축소하고 있으며 임시정부 법통을 무시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뉴라이트의 핵심 논지를 수용하고 있고 현대사 집필진 6명 중 현대사 전공 역사학자는 한명도 없이 역사교과서 집필 경험도 없는 가운데 3명이 뉴라이트 연구단체인 한국현대사학회 소속 인물들이고 나머지 인물들도 보수성향의 법학자, 군사사 전공자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배 부소장은 “교과서는 ‘국가’가 아닌 주권을 가진 ‘국민’을 주어로 서술한 교과서여야 하는데도 국민을 대신해서 국가의 역사를 서술하겠다는 주장이야말로 전체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 발상”이라며 “교육부는 대한민국 수립이란 용어가 이전 교과서에 쓰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000년 이전 서술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1990년에 초판이 발행된 국정교과서에도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이라고 서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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