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3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데 뜻을 모았다. 박 대통령이 전날 요구했던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에는 응하지 않기로 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의 국회 교란 시도에 끌려다니지 않고 민심이 요구하는 박 대통령 퇴진을 헌법 절차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하고 탄핵안의 국회 표결 일정을 포함한 정국 대응책을 논의했다.
야 3당 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야 3당 대표는 박 대통령은 조건 없이 조속히 하야할 것을 촉구하며, 임기 단축 관련한 여야 협상은 없다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야 3당은 또 박 대통령 탄핵을 흔들림 없이 추진키로 했다. 헌정 수호를 위해 새누리당 내 양심 있는 의원들의 탄핵 동참을 촉구하는 내용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질서 있는 퇴진' 방식과 일정을 두고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앉으라는 박 대통령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이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을 거스르고 정치권이 박 대통령 퇴진 논의를 장기화할 경우 야권이 되려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야 3당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예정대로 12월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 표결을 하기로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지만, 9일로 연기될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의 29일 담화 변수에 흔들리는 비박계와의 탄핵 연대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야권은 탄핵 저지에 나선 친박의 방해를 뚫고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의 동참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과제를 안게 됐다. 탄핵 가결 정족수(200명)를 채우기 위해선 새누리당에서 최소 28명이 동조해야 한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의 사퇴 시한을 내년 4월 말로 제시하면서 탄핵 대오에서 잠시 이탈한 상황이다.
야 3당 대표가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의 탄핵 동참을 한목소리로 호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추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200만 촛불 민심은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고, 퇴진이 아닌 탄핵으로 단죄해달라는 것"이라며 "전날 대통령의 담화는 장삼이사도 다 비박계를 겨냥한 담화였다고 하는데, 대통령 한마디에 흔들린다면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회동에서 비박계를 향해 "국민과 촛불 민심, 그리고 지금까지 야3당과 함께 추진키로 한 탄핵의 열차에 동승해서 12월 2일이 불가능하면 마지막 기회인 9일까지 함께하자"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비박계는 피의자 박 대통령을 섬길 것인지 국민을 섬길 것인지 스스로 책임있게 판단하리라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은 또 탄핵소추안에 대한 비박계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 야당은 이날 새누리당 비주류와 탄핵소추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했다. 특히 비박계가 야당 단일안에 포함된 '세월호 7시간'은 탄핵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어 수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탄핵 의결 시점이 9일로 연기되면 오는 3일 열리는 촛불집회가 탄핵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는 3일 야 3당이 탄핵 대국민 경과보고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제안했다. 그렇게 촛불민심과 국민과 함께 탄핵 동력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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