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800만대 판매 달성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처음으로 800만대 고지를 넘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801만대를 팔며 2년 연속 800만대 기록을 세웠지만 올 들어 노조의 장기 파업과 내수와 신흥시장의 부진 등의 영향으로 지난 11월까지 전년 대비 판매량이 12만대 줄었다.
업계에서는 매년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온 현대기아차가 올해는 현대자동차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총 706만8013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기(719만1373대) 대비 1.9% 줄어든 수치로 12만대 이상 판매가 감소했다.
올 초 판매목표로 내세운 연간 813만대 달성은 이미 물 건너 간 상태다. 지난해 목표(820만대)를 미달성한 결과로 올해 판매목표를 처음으로 축소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경영진도 판매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3분기 국내공장 파업 장기화 영향까지 겹쳐 올해 판매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도 “4분기 손익 개선이 이뤄지겠지만 파업 등으로 인해 연초 제시한 목표 판매량 대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2년 연속 목표달성 미달은 물론 ‘3년 연속 800만대’ 돌파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마지막 달인 12월에 연중 판매 최대치인 82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간신히 801만대를 판매했다. 올해 800만대를 넘기려면 남은 한 달간 90만대 이상을 판매해야 하는데 올해 월평균 64만대를 판매해온 현대기아차로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다.
올해 실적부진은 내수판매 감소에 있다. 현대차는 지난 11월까지 국내에서 58만대를 팔며 지난해(63만대)보다 7% 줄었다. 볼륨모델인 아반떼와 쏘나타는 지난해와 달리 ‘10만대 클럽’ 달성이 힘들게 됐고 아이오닉과 i30 등은 신차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또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국내 공장 생산량이 지난해 212만대에서 올해 34만대 이상 급감했다. 현대차는 생산차질 누계가 14만2000여대로 파업손실이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기아차도 생산차질이 6만4000여대에 달했다. 파업 여파가 실적에 반영된 3분기의 경우 현대기아차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0% 가까이 감소했다. 이에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 소속 전체 임원은 내수 위축 등 구조적 위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급여 10%를 자진 삭감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숨 고르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단순한 판매목표 달성 등 ‘숫자경영’을 넘어서 연구개발(R&D) 투자 등 ‘품질경영’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매출압박이 심한 연말에 목표달성을 위해 소위 ‘밀어넣기’와 같은 관행은 경영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강화와 신차개발 및 품질향상에 보다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출시한 신형 그랜저와 연말 법인차 수요를 공략해 연말 판매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말에는 기업들의 인사로 인해 법인차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다”라며 “신형 그랜저와 제네시스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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