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는 반이민 포퓰리스트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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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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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수도 빈에서 지지자들의 축하 속에서 양팔을 들어올리며 화답하고 있다. 4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선에서는 중도 좌파 벨렌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극우 자유당의 노베르트 호퍼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극우 대통령을 거부했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국민들은 “열린 마음을 갖고 진보적 사고를 하는 친 유럽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중도 좌파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전 녹색당 당수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오스트리아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극히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나 미국 대선의 연장선상에서 기성정치에 대한 심판대로 간주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극우 반이민 세력의 돌풍을 우려하던 유럽의 정상들은 이번 결과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초기 개표 결과 무소속으로 출마한 벨렌 후보는 극우파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53.3% 득표율을 얻으며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수도 빈의 경우 벨렌에 대한 지지율은 65%로 더욱 높았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5월에도 대선을 실시했지만 부재자 투표 개표 과정에서 부정 의혹이 제기되어 무효가 선언됐다. 당시에도 벨렌 후보는 승리했으나 득표율에서 호퍼와 불과 0.6%포인트(30,863표)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이변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5월처럼 박빙의 결과를 보이고 약 1년간 이어진 지루한 캠페인에 따른 피로감과 추운 날씨로 인해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약 7%까지 벌어졌고 투표율은 73,8%로 5월의 72.65%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호퍼는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일찍이 페이스북을 통해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며 모든 국민들이 하나가 되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그는 6년에 한번씩 치르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덧붙이기도 했다.

벨렌은 무척 기쁘다는 소감을 전하며 지난 5월 선거 이후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고 미국에서는 보호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등 세계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오스트리아의 대선 결과는 유럽 각국에 보내는 희망과 변화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나는 늘 유럽을 지지하는 오스트리아를 강조했으며 그 중심에는 자유, 평등, 연대라는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의 오바마'로 불리는 판 데어 벨렌은 이민자 집안 출신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소련의 탄압을 피해 러시아에서 넘어온 난민이었다. 판 데어 벨렌은 1994년 의회에 입성한 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녹색당 대변인과 당수를 지냈으며, 꾸준히 진보적 이민정책과 동성결혼 등을 강력히 옹호해왔다.

녹색당의 베르너 코글러 의원은 "불안하고 신경질적이며 심지어는 어리석기까지 한 이 시대에서 오스트리아의 대선 결과가 세계적인 조류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럽 전역에서 불고 있는 반(反)이민·반유럽 진영의 돌풍을 우려하던 EU 정상들 역시 이번 결과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환영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AFP 통신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성명을 통해 벨렌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건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EU 집행위원회의 대표이자 유럽의 시민으로서 벨렌 당선인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환영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도 트위터에서 "벨렌의 승리는 국수주의와 반유럽, 퇴보적인 포퓰리즘의 중대한 패배"라고 적었다. 

독일 사회민주당의 당수이자 부총리인 지크마어 가브리엘은 이번 결과가 “극우 포퓰리즘을 넘어선 합리의 승리”라고 평가하며 “유럽 전역에 큰 안도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의 장 아셀보른 외교장관은 “트럼프의 당선과 브렉시트 이후 오스트리아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합리성, 관용, 인류애의 승리를 확인시켰다. 이번 결과는 오스트리아의 명성과 EU의 가치를 드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많은 정치인들은 이번 결과에 브렉시트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호퍼는 앞서 EU가 통합을 위한 추가적 조치에 나설 경우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약속하며 오스트리아는 EU를 떠나야 더 잘 살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벨렌은 자신에 투표하는 것은 오엑시트, 즉 오스트리아의 EU 탈퇴에 거부하는 것이라며 선거 운동을 펼쳤다.

중도우파 OVP의 당수 라인홀트 로파트카는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EU 탈퇴에 대한 공포가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국영방송 ORF의 여론조사에서 벨렌 지지자 중 65%는 벨렌을 지지하는 이유로 친유럽주의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프랑스의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는 트위터를 통해 자유당에 위로와 응원을 전하며 “다음 총선에서는 우리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하인츠-크리스티안 스트라헤 당수가 이끌고 있는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여당인 사회민주당을 10%p 앞서고 있다. 이 경우 2018년 9월로 예정되어 있지만 조기에 치러질 것으로 관측되는 총선에서 자유당이 최대 의석을 차지해 막대한 권한을 갖는 총리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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