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도 반이민·포퓰리즘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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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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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렌치 총리 자충수…경제·난민 위기에 등돌린 유권자

  • 반EU·반난민 세력 커질 듯…은행들 악성부채 위기에

[사진=AP=연합 ]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에 이어 세번째 도미노가 무너졌다.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되면서 유럽은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이탈리아 국민들이 마테오 렌치 총리의 정치 개혁안을 거부하고 표퓰리즘 정당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 렌치 총리 '자충수'…반유로 세력 확장·은행 부실 위기

이번 국민투표의 핵심이었던 마테오 렌치 총리의 개헌안은 2014년 공개 당시 70%에 달하는 찬성률을 보였다. 그러나 마테오 렌치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면서 선거는 급격히 현 정부 심판론으로 흘러갔다. 영국의 BBC는 "이같은 렌치의 승부수가 결국은 패배를 불러오는 자충수가 됐다"면서 "일부 비판론자들은 렌치 총리가 불필요하게 이탈리아를 위험에 빠뜨렸다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투표 결과가 부결로 나오면서 이탈리아는 조기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이번 국민투표에서 기세를 올린 오성운동, 북부전선 등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유로에 대해 부정적인 정당들이 유로존에서 3위 규모의 이탈리아의 권력을 잡게 될 경우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게다가 현재 이탈리아 은행들은 불어난 악성 채무로 위기를 겪고 있다. 투자자들은 정치적 혼돈 탓에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훨씬 더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이같은 자금을 조달 못해 국가의 구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이탈리아의 GDP 대비 부채는 133%에 달해 그리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헌법개정 반대자들이 경찰이 지켜선 가운데 이날 로마 키지 궁 앞에서 플래카드를 앞세우며 국민투표 부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AP=연합 ]


◆ 계속되는 경제위기·이민문제에 등돌려…정치·경제 불확실성 ↑

이번 국민투표에서 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정당은 표퓰리즘 성향의 제 1야당 오성운동과 반난민·반EU를 주장하는 극우정당 북부리그 등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이탈리아 경제는 16년동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렌치 총리는 경제 재건을 약속하며 최연소 총리자리에 올랐지만, 이탈리아의 경제를 구원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은 11.5%에 달할 뿐만아니라 2008년 이후 경제성적표는 유로존 내에서 그리스를 제외하고는 최악이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40%에 육박하면서 기존 정치에 대한 젊은층의 반발이 커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은 이번 국민투표에서 렌치 정부의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는"천문학적인 빚을 지고 있는 이 나라는 완전히 망가졌으며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기존 시스템을 버리고 각 분야에서 시민들이 직접 맡아 운영하는 시민 혁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가속화되는 난민문제도 국민들의 불만을 키웠다. 올해 이탈리아로 유입된 난민의 수는 2014년의 최고기록인 17만명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난민들이 많이 몰리는 남부 지역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난민·반EU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극우정당 북부리그는 약 13%의 지지율로 우파 정당 중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BBC는 "이번 이탈리아 선거는 반기득권에 바람이 유럽 전체에 불어오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려준 사건"이라면서 유럽 전체 경제·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렌치 사임에 따른 새로운 선거는 내년 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월에는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해 EU 및 유로존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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