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과거 외환위기 시절, 현지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전력이 있다. 이로 인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금융시장 성장성이 높은 국가들이 새로운 영업 라이센스를 발급해 주지 않고 있다.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셈이다.
산은 관계자는 "지난 4월 태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승인을 취득하지 못한 이후 정책지원 차원에서 정부간 논의를 진행하는 등 진입 장벽을 뚫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5일 밝혔다.
산은은 2020년까지 대출 등의 영업활동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장의 자산을 30억 달러까지 늘릴 계획을 세웠다. 현재 15억 달러 수준으로, 동남아시장에 보다 주력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실제로 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모든 금융회사가 철수한 데 배신감을 느끼고, 지금까지 진입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산은은 1993년 방콕에 지점을 개설한 바 있으나, 지금은 2013년 11월 설치한 사무소가 전부다. 당시 외환은행과 신한은행도 산은과 함께 철수했으며, 현재 국내 은행의 진출은 전무한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진입 조건으로 현지은행의 지분 매입을 내걸었다. 문제는 경영권을 가질 수 없도록 지분을 40%까지만 매입하도록 요구하거나, 대상 은행의 부실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 선뜻 수락하기 어려운 조건이 많다는 게 산은 측 설명이다.
실제 산은은 외환위기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 소유 정책금융기관인 SMI와 코리아데스크 설치 등 상호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그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당시 라이센스만 남겨두고 상황을 지켜보려 했으나, 정부 방침상 완전히 철수하면서 미운털이 박혔다"며 "태국 진출이 많은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으로 인해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뉴욕과 런던에 문을 연 지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자리한 법인 등은 홍콩 등 동남아시장과 비교해 실적이 현저히 낮지만 쉽게 철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향후 재진출할 경우, 불이익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이 관계자는 "동남아시장과 비교해 미주·유럽시장은 JP모건, 골드만삭스, 시티 등 세계 선진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더 밀리는 게 사실이다"며 "그러나 일단 현지 사업을 접으면 필요 시 영업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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