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숙의 차이나 톡] '사드' 때문이라고?…중국의 '핵심이익'이 뭐 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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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기자
입력 2016-12-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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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중국어 열풍과 차이나 드림의 꿈을 안고 중국으로 진출했던 많은 중소기업들이 2000년대 중·후반 쪽박을 차고 야반도주 행렬에 가담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들의 실패 요인으로 중국시장에 대한 몰이해를 들었다.

2016년, 롯데그룹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전방위적 그물망 조사에 대해 우리는 중국의 정치적 보복 조치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하는 가운데 지난달 중순 롯데가 한국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시점과 맞물리면서다.

과거 우리의 중소기업들은 학습효과의 부재로 중국시장 공략에 실패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를 향해 매섭게 달려드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콘텐츠 금지령)'과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원인을 우리는 제대로 인지하고 있을까. 단순히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의 심술궂은 장난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중국이 한국에 가한 일련의 행위들은 단순 '사드 때문'만이 아닌 중국의 '핵심이익' 때문이다.

지난 달 30일 중국 국방부 브리핑에서 양위쥔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 후 중국군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 주길 바라며 서로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으면서 협력하는 더 건강한 양국 관계를 차기 정부가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의 '핵심이익'이 처음 제시된 것은  2003년 1월 탕자쉬엔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 반테러 문제 회의 참석차 뉴욕을 방문해 당시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과 회견하면서 “대만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되고 이 문제를 타협하여 잘 처리하는 것이 중미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보증하는 관건”이라는 발언에서다.

이후 2010년 3월 한국의 서해상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태는 '핵심이익'에 대한 논란을 본격적으로 점화하는 계기가 됐고, 천안함 사태로 인한 미중 갈등과정에서 중국 군부의 일부장성이 남해를 중국의 핵심이익지역으로 정의하면서 대외관계에 확장시켜 적용하려 시도했다.

다이빙궈는 그해 12월 중국이 평화발전의 길을 고수할 것이라는 주장과 더불어, 핵심이익을 기존의 언급에서 좀 더 구체화해  △중국 공산당 영도, 사회주의 제도 및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 △중국의 주권유지, 영토안보 확보, 국가통일 △중국 경제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기본보장주의 등 세 범주로서 정의했다.

중국은 이 세 가지 핵심이익에 반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강경 대응한다는 게 국가적 대전략이다.
 
최근 불거진 '사드'문제는 중국에게 두번째 핵심이익에 반하는 것이다. 특히 국가통일에 관한 부분은 중국이 2000년 전부터 내려오는 중국의 '대일통사상'으로 중국의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다.

자국의 안보에 반하는 사드배치는 북한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한국과 미국의 주장대로가 아닌 중국 자신들의 영토·주권 근간을 흔들게 하는 것으로 간주, 중국에게 첫번째 핵심이익인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로 가는 안정성을 저해하는 직접적 요소가 된다.

그렇다면 세번째 핵심이익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점은 무엇일까.

최근 중국이 무역보복조치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화장품 등 모두 최종소비제 품목에 해당된다.

중국은 아직 대외경제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속한다. 내수 의전도가 굉장히 낮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가공해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을 하는 중간제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자칫 중국 자신들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간제로 분류되는 철강이나 석유화학이 그렇다. 철강의 경우 중국의 50% 이상이 한국산을 쓰는데 이는 질 좋고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번째 핵심이익인 '중국 경제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고수하기 위해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외교정책의 현실주의적 측면에서 볼때,  미·중 '센놈'끼리 붙은 싸움인 현재의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이 미국의 편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저해하고 있으니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얼마나 밉상이겠는가.

우리는 보복조치를 거두지 않는 중국을 보며 발만 동동구를 게 아니라 중국과 미국, 즉 '센놈'끼리 싸움을 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을 향해 직접 협상을 촉구하는 등 공세적 요구를 해야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의 국정이 무너진 현 상황에서 우리를 소 닭보듯 하는 미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은 회의적이다.

이러다 자칫 우리 정부가 오판해 손놓고 있는 동안 중국이 중간재까지 손 대게 되는 날, 베이징 현대차 등 우리의 핵심 산업이 겪을 위기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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