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황영철, 유승민, 김성태, 김학용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위원회에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새누리당은 당초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내년 4월 퇴진 및 6월 대통령선거 일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예상 밖의 주말 촛불민심을 확인한 비박(비박근혜)계가 전격 선회해 탄핵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재분열의 조짐이 커진 셈이다.
대표적인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비시국)는 청와대의 답변과 관계없이 야권과의 협상 불발 시, 탄핵안 표결에 참석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야당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하야) 또는 탄핵 이외엔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뒤늦게 청와대에 대통령 퇴진 일자 표명을 요구키로 했지만, 야권과 비박계를 설득할 만한 카드로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6인 중진협의체도 비상대책위원장 추천 논의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실질적으로 분당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5일 오전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 퇴진 일자 확정을 촉구하는 동시에 비박계의 입장 번복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내년 4월 퇴진안에 대해 청와대의 답변을 요구했다”며 “제가 파악한 바로는 청와대가 그걸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들 알다시피 비주류로 불리는 분들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론'을 요구했다”면서 “탄핵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끝나는 시기와 스스로 사임하는 시기가 서로 비슷하다면 국정의 안정을 감안해 기존의 요구대로 일관성 있게 가야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성원 대변인도 이날 최고위 도중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는 촛불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지난 1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박 대통령의 4월 퇴진안에 대해 청와대에 즉각적인 입장 표명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박계가 대통령의 답변과 상관없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그런 얘기가 나왔지만 기존 입장도 의총에서 결정된 당론”이라며 “탄핵 여부도 다 같이 모여 얘기해야 될 부분 있고, 의총 전에 청와대의 입장 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입장을 선회한 비박계는 촛불민심을 의식한 듯 이날도 기존 탄핵 동참 의사를 고수했다. 비시국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제 이 난국을 풀어가는 방법은 탄핵에 동참하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면서 "내년 4월 퇴진안이 국민들로부터 동의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탄핵을 분명히 처리하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비주류의 입장 변화를 지켜보면서 사실상 타협안에 대한 기대를 접는 모습을 보였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9일 예정대로 탄핵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저희 당 의원들도 다 참여해서,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만큼 양심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저의 일관된 생각"이라면서 "이 대표도 동의했다"고 대답했다.
한편,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논의도 무기한 연기됐다. 주류·비주류 6인 중진협의체는 지난주 추천 받은 4명의 비대위원장 후보를 1명으로 압축하고자 했으나 무산됐다. 이날 오전 원유철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갑작스러운 사정변경이 생겨 비대위원장 논의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