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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하이닉스 제공]
M&A 통한 반도체기술 확보 제동 걸린 중국... 국내업체 한숨 돌리긴 일러
막대한 자본과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업체들의 M&A(인수합병) 행보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5일 반도체업계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 ‘푸젠 그랜드 칩(FGC)’에 대해 ‘아익스트론’ 미국 자회사 인수 계획을 “영구적으로 포기하라”고 명령했다.
지난달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고에 대한 후속 조치다. CFIUS는 재무부, 국토안보부, 국방부 등 17개 미국 정부 부처 대표들로 구성된 기관이다.
이들은 FGC와 아익스트론 M&A 제동의 인수합병 계약을 전면취소해야 한다고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에게 건의한 바 있다.
푸젠 그랜드 칩은 지난 5월 아익스트론을 총 6억7천만 유로(7천9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나섰지만, 독일과 미국 정부의 연이은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푸젠 그랜드 칩처럼 M&A를 통해 기술 혁신을 추구했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당분간 성장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내년에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도체 업계는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추진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수출 감소를 불러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기술 경쟁의 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M&A를 통해 미국의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흡수함으로써 국내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여왔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D램의 경우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각각 1위와 4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의 국내 ‘기술 빼가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들을 영입하기 위해 고액의 연봉(기존의 최대 9배)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는 잘못된 꾐에 빠져 범죄를 저지를 정도다. 일례로 지난 9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소속 A씨는 반도체 핵심 기술 자료 수천 여장을 유출하려다가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또한 국내 반도체 중소기업과의 제휴를 명목으로 기술 확보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다. 과거 중국 BOE가 현대 디스플레이 사업부를 인수해 중국 저가 TV 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처럼 유사한 사례가 반도체 사업에서도 시도될 수 있다는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 등에서 국내 업체와의 제휴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고 귀띔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은 장기적인 국내 관련 업체에 위협이 될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보다 공격적인 기술투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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