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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 건물 앞.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공공기관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탈퇴가 올해 안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탈퇴하는 것으로 가닥은 잡았지만 먼저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이후 한국전력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석유공사 등이 잇따라 전경련을 탈퇴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과 기술보증기금 등은 전경련 탈퇴 여부를 내년에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미 연회비를 지급한 만큼 올해가 끝나기 전에 탈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으레 "연말까지 검토 후 결정을 짓겠다"던 국감에서의 답변이 무색해진 셈이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매년 연회비를 지급하는 시기에 맞춰 내년 4~5월께 전경련 탈퇴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효율성과 필요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수은은 올해 국감에서 이덕훈 행장이 입장 변화를 겪으며 "전경련 탈퇴를 고려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연간 2100만원의 비싼 연회비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협의도 진행했다. 수은은 출범과 동시에 가입해 올해로 40년째 전경련 회원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약 2개월 동안 내부 검토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최근에는 탈퇴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여건 등을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보다 중립적인 태도로 선회했다. 산은은 지난 5월 이후 전경련에 회비를 내지 않고 있지만 회원 자격은 유지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연말까지 논의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을 아꼈다.
또다른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등도 전경련 회원 유지 또는 탈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모두 "확정된 바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보수적인 금융권 분위기로 미루어 서로 먼저 의사를 밝혀 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대로 내년까지 최종 결정이 유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회비를 내지 않고도 회원으로 남아 있는 곳들이 더러 있어, 탈퇴를 원할 경우에는 공문 전달 등의 방식으로 의사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앞장서서 회원사들로부터 돈을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의 출연 및 운영에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됐다.
특히 공익을 추구하는 공공기관이 이익단체인 전경련에 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내고 활동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 9월까지 총 19개 공공기관이 전경련 회원으로 가입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10곳만 남았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금융권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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