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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중국 반도체업체들의 글로벌 M&A(인수합병) 행보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내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마냥 환영할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신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한국 기술 빼가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반도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 푸젠 그랜드 칩(FGC)에 대해 "아익스트론 미국 자회사의 인수 계획을 영구적으로 포기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지난달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고에 대한 후속 조치다. CFIUS는 재무부, 국토안보부, 국방부 등 17개 미국 정부 부처 대표로 구성된 기관이다.
앞서 지난 5월 푸젠 그랜드 칩은 아익스트론을 총 6억7000만 유로(약 79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정부 등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푸젠 그랜드 칩처럼 M&A를 통해 기술 혁신을 추구했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당분간 성장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등지에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추진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수출 감소를 불러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기술 경쟁의 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M&A를 통해 미국의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흡수함으로써 국내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여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의 국내 기술 유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들을 영입하기 위해 고액의 연봉(기존의 최대 9배)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는 잘못된 꾐에 빠져 범죄를 저지를 정도다. 일례로 지난 9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소속 A씨는 반도체 핵심 기술 자료 수천 여장을 유출하려다가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일각에선 국내 중소 반도체업체와의 제휴를 명목으로 기술 확보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 등에서 국내 업체와의 제휴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고 귀띔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은 장기적으로 국내 업체에 위협이 될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보다 공격적인 기술투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우위를 확보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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