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알레포 소녀의 편지가 끊기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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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0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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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4일 시리아 아이들의 모습[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군인들이 우리를 잡으러 오고 있는 거 같아요.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안녕.”

시리아 내전의 최대 격전지 알레포에서 트위터로 생사를 전하던 7살 소녀 바라 알레베드는 이 트윗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사라졌다.

“폭탄이 비처럼 내려요. 너무 무서워요,” “오늘은 친구네 집이 폭탄을 맞았어요. 친구가 너무 보고 싶어요. 저 울고 있어요”라며 알레포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을 생생히 전해주던 소녀의 계정이 불길한 암시만 남긴 채 삭제된 것이다.

알레포 아이들의 비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말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을 잔해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5살 '알레포 꼬마' 옴란 다크니시. 옴란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잿빛 먼지과 피로 뒤범벅이 됐지만 화염과 폭격이 일상인 그곳에서 우는 방법마저 잊어버린 듯 자신에게 들이댄 카메라를 멍하게 응시할 뿐이다. 옴란의 모습은 전 세계를 울렸다. 

세계 언론들은 이 알레포 꼬마의 사연을 앞다투어 다뤘고 높아진 관심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면서 알레포 주민들은 끔찍한 내전을 끝낼 방법을 찾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마침내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휴전 협정이 타결됐고 사람들은 알레포 꼬마가 세계를 움직였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상황은 며칠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민간인을 향한 무자비한 폭격은 계속됐고 수천 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으며 수십만 명이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나야 했다. 시리아 내전은 또다시 먼 나라의 이야기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얼핏 보면 중동의 내전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내전으로 인해 생긴 수많은 난민들은 유럽 등 타국으로 대거 몰려갔고 지나친 난민 유입은 사회적 불안정과 반이민 정서를 낳았으며 이는 고립주의와 포퓰리즘의 씨앗이 되었다. 우리나라에 경제·정치·외교적으로 엄청난 불확실성을 안겨준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은 고립주의와 포퓰리즘 현상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이쯤 되면 우리가 과연 시리아 내전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른들의 냉혹한 실리 계산에 말없이 죽어가는 아이들은 끼어들 자리가 없다. 하지만 그곳의 아이들에게 두려움 없는 세상을 열어주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무고한 생명을 구하는 일인 동시에 우리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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