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보잉의 수십억 달러짜리 에어포스원(미국 대통령 전용기) 계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트윗 몇 줄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보잉이 만드는 에어포스원 비용이 통제 불능 수준이다. 주문 취소다”라고 통보했다. 보잉 주가는 만회하긴 했으나 장중 1.4%까지 급락했다.
몇 시간 뒤 트럼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을 만난 뒤 소프트뱅크가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며 일자리가 5만개 창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스프린트의 주가는 1.5% 뛰었고 일본 증시에서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6.2% 폭등했다.
세부적인 내용 없이 툭툭 터져 나오는 소식에 미국의 기업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 기업들이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고 공격해왔다. 주말마다 폭풍 트윗을 올리는 트럼프는 지난 4일 생산기지를 미국에서 해외로 옮기는 기업들에게 35%의 관세 부과를 포함해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하버드대학의 그레고리 맨큐 경제학 교수는 대통령으로서 “사람들의 팔을 비틀어 위협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상당한 권한을 갖는다. 사람들은 암시적 위협이 있는지 늘 살필 것이며 이는 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경제 시스템에서 용납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WP는 트럼프의 에어포스원 구매계약 취소 발언은 트럼프와 의회에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철회하라고 요구한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CEO의 인터뷰가 공개된 뒤 나온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실제로 많은 재계 지도자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의 예측불가능하고 불같은 성격을 알고도 그의 정책에 솔직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주 트럼프는 에어컨 제조사 캐리어가 협상을 통해 인디애나 주정부가 7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대신 일부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지 않기로 해 1,100개 일자리를 사수했다고 홍보했지만 CNBC에 따르면 캐리어는 매출의 10%가 미국 정부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의장이었던 케니스 헤네시는 트럼프가 기업과 무역에 접근하는 방식이 미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유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5일 블로그를 통해 “정치인이 마음에 드는 이에게 상을 주고 마음에 안 드는 이에게 벌을 준다면 그것은 정실 자본주의”라며 “기업들이 정치인과 연줄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력을 쏟아 붓거나 정부로부터 지원을 얻기 위해 해외로 공장을 옮기겠다는 협박을 하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맨큐 교수 역시 개별 기업들의 운영 방식을 문제삼는 행위는 “법률의 평등한 보호”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기업들은 법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지 특정한 사람에 의해 보호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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