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통령 탄핵을 두고 노선을 달리하며 '분당'설까지 나왔던 새누리당은 일단 탄핵에 대해 '자유투표'로 결론을 내렸다.
이제 탄핵 표결 결과가 어떻든 새누리당 내에선 당권 장악을 위한 치열한 계파 전쟁은 불가피하다. 가결 시 비주류가, 부결 시 친박(친박근혜)계가 당권을 쥐고 계파 숙청에 나설 수 있다. 일각에선 분당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재로선 당내 권력투쟁의 징후가 더 짙어 보인다.
7일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주축이 돼 모인 '비상시국회의'는 회의를 열고, 탄핵 표결을 위한 입장 재확인과 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의 문구 등에 대해 논의했다.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히면서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당 진로에 대한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탄핵안 통과를 저해하거나 어려움을 줄 수 있는 발언들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탄핵안 가결 이후의 계획에 대해 "당 쇄신 프로그램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면서,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건강한 보수층을 중심으로 해서 보수의 갱신, 당의 재건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건은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다.
비주류가 말하는 35명보다 더 많은 여당 의원이 탄핵에 찬성할 경우 비주류가 승기를 쥐지만, 아슬아슬하게 가결되거나 부결되면 친박(친박근혜)계는 곧바로 비주류에 대한 공세를 펼 수 있다. 내홍이 심했던만큼 계파 숙청과 분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비주류를 포함해 일부 친박 의원들까지 '탄핵열차'에 탑승하면서, 친박계는 강공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탄핵이 부결되거나 '겨우' 정족수를 채울 경우, 우선 이달 20일 사퇴하겠다던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지도부가 사퇴 카드를 뒤집고 비주류 축출에 나설 수 있다. 보수층 재결집을 통해 대선 정국까지 현 지도부가 당을 이끌 수도 있다.
앞서 비주류의 핵심 인사인 김무성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했을 당시부터, 이장우 최고위원 등 친박 인사들은 김 전 대표를 향해 '당을 떠나라'며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반면 비주류 역시 마찬가지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그 즉시 '재창당' 수준의 당 재건을 위해 친박 핵심인사와 지도부 축출에 나설 수 있다. 앞서 탈당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을 향해 '정계를 은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이 당에 남아 쇄신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한만큼 '당내'에서 이러한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비주류의 5선 중진 정병국 의원도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탄핵 이후 우리 새누리당은 바로 청산 절차를 밟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보수 진영의 의사를 대변하는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면 건전한 보수 세력들이 새롭게 판을 짤 수 있게끔 기회를 만들어 드리는 게 저희가 해야 될 도리"라고 말했다.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도 전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친박의 호위무사라고 불리는 분들이 책임을 느끼고 정리가 되면 좋은데 그렇지 않다면 분당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분당이 가시화될 경우, 중도를 표방하는 '제3지대' 세력과 연대할 가능성도 있어 대대적인 정계개편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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