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조기 매각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주가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초부터 무리한 매각 추진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내년 초에 내려던 대우건설 매각 공고를 수개월 뒤로 늦추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14일 감사인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3분기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 판정을 내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을 완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며 "향후 감사고보고서 다시금 '의견거절' 판정이 내려지는 극단적 상황이 아닌 이상, 내년 상반기경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히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우건설의 매각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산은의 PEF(사모투자펀드) KDB밸류제6호가 지난 10월 28일 이사회를 통해 매각 추진을 공시한 이후 대우건설을 둘러싼 악재가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다.
산은은 PEF 만기가 내년 10월 돌아오고 이미 한차례 연장 작업을 거쳤던 터라, 내년 초부터 매각공고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안진회계법인 측으로부터 지난달 분기보고서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이후 공매도 급증 논란, 주가 폭락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대우건설의 취약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된 점도 화를 키웠다. 대우건설은 의견거절 발표가 있던 지난 달 14일 이후 하루가 지나서야 서면으로 수습에 나섰고, 그마저도 감사인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원론적 수준의 해명에 그쳤다.
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이미 매각 공시 당시인 10월 말에도 상황이 안 좋았지만 지난달 감사인의 의견거절은 매각 진행에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다"며 "특히 보고서 거절 판정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기에 산은과 대우건설의 위기 대응이 더 늦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의견거절 이후 주가가 계속 증발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주가는 거절 발표가 있던 지난달 14일(종가 기준) 주당 6730원에서, 이달 20여일 만에 7일 5210원으로 20% 이상 급락하며 액면가(5000원)에 근접해있는 상황이다.
산은이 매각 작업을 잠정 중단한데에는 이러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 하락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아무리 산은이 비금융 자회사 적기 매각 방침에 떠밀려 명분 없는 매각을 진행한다지만, 대우건설의 주가가 바닥을 다지는 시점에서 실속 없이 무리한 인수를 추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대우건설은 내년 3월 2016년 사업보고서의 적정 의견을 받아야 하고, 최대한 주가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대우건설이 현재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 주택사업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이 극히 불투명해 대우건설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지도 변수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의 3개월 동안 국내 주택시장이 계속 겨울 비수기에 머물러 있어 대우건설의 주가가 급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큰 호재거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감사의견 적정 판정이 난다 해도 이 점까지 이렇다 할 주가 변동이 없다면, PEF 만기가 더욱 가까워져 산은의 매각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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