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되며, 범정부적인 역량이 경제분야로 집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걷혔지만, 국정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 경제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 소비,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고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인상, 트럼프 신 행정부의 통상압력 등 악재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실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두달 가까이 경제가 방치된 사이, 한국은 리스크가 큰 나라로 평가됐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7%에서 2.4%로 하향 조정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로 전이될 경우,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경제는 심리인데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이다.
경제 컨트롤타워부터 다시 세우고,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해 불확실성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탄핵 소추안 가결 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이 소요된다. 당분간 국정 공백은 불가피해졌지만 이와 별개로 경제 리더십만큼은 확고히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경제부총리 인준 절차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상태지만,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와의 ‘불안한 동거’가 지속되면서 내년 경제정책 방향도 표류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일단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이달 하순 경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9일 탄핵 가결 직후 “곧바로 경제비상대책회의 등을 열어 경제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계획대로 이달 하순 경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총리가 선임되면 ‘내각은 황교안 국무총리 대행’‘경제는 경제부총리’가 전권을 맡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경제부총리가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경제 로드맵을 짜는 일이 중요하다. 당장 내년부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라 발생할 대량 실업, 1300조가 넘는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 오는 15일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이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 무역주의 기조로 맞닥뜨릴 통상 압력 등 대외적 불확실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도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각 경제주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침체된 생산과 투자, 수출이 회복할 수 있는 모멘텀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부총리는 당장 눈앞에 닥친 현안과 중장기적 과제를 분류해 로드맵을 마련한 뒤 발표하고, 금융기관장과 경제단체장 등을 만나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협조를 구해야 한다”며 “분명한 경제정책을 제시해 해외 투자기관에 대한 신뢰, 경제 주체의 자신감 회복을 이끌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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