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가운데, 지난 7월8일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발표 후 한국에 대해 각종 보복조치를 내놓았던 중국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 당국은 한한령(限韓令. 한국 연예인 출연 금지와 기업 활동 제한), 롯데그룹 세무조사 등의 수단으로 한국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사드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주도했던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무력해진 만큼 중국의 입장이 변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여 국내여론의 반전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한국내 반중감정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경우 사드반대 여론 역시 악화될 수 있다. 때문에 중국은 한국내 여론동향을 유심히 살피면서 압박의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9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은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 결정이 사드 배치 자체를 당장 무효로 만들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의 거취와 상관없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면 사드 배치가 늦어져 결과적으로 사드 배치가 안 되는 쪽으로 중국이 만들 기회가 늘어난다는 판단을 하는 분위기다.
한 소식통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은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떠나 이미 박 대통령이 힘을 잃었다고 판단해 앞으로 더욱 강하게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중국의 힘으로는 미국의 사드 배치 의지를 막을 수 없지만 한국이 생각을 되돌리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한국이 최순실 파문으로 격랑 속에 빠진 가운데서도 한국 연예인·드라마·방송·영화를 제한하고 자국 내 150여개 롯데 점포에 대해 세무조사와 함께 소방안전, 위생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앞으로 주중대사관 등 한국의 공식 채널 접촉에 더욱 소극적으로 임하고 한국 야당 등에 대한 접촉을 강화할 공산도 크다.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이인영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엄정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과 지난 4일 베이징에서 만나 한중관계,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변학자인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이날 탄핵안 결의에 대해 "탄핵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세가 장기적으로 지속할 것"이라면서 "여야 각 당에 박근혜 대통령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준비도 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탄핵이 가결되면 한국이 헌법재판소 판결과 차기 대선 등의 단계에 들어가게 돼 외교 분야에 신경쓸 겨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드 문제에서 미국은 변수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체될 전망이며 야당이 집권하게 되면 사드뿐만 아니라 한일군사정보협정, 위안부 문제도 변수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